난민신청자가 매년 늘어나는데 비해 난민인정률은 현저히 낮다는 10월20일 세계일보 온라인판의 ‘늘어나는 난민신청자…까다로운 대한민국’ 기사에 많은 네티즌들이 ‘난민을 받기 부담스럽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터키에서 그리스 레스보스 섬까지 보트를 타고 이동한 시리아 여성이 세 자녀들을 껴안으며 안도의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유엔난민기구 |
우리정부는 2012년 난민 문제에 인도적 책임을 분담한다며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에는 한국행을 희망하는 이들을 심사해 국내로 데려오는 ‘재정착 희망 난민 제도’가 실시돼 태국 미얀마 접경지역에 있는 난민캠프의 난민 30명이 국내에 들어온다. 그러나 한국사회 전반에 반(反)난민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힘을 얻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주요국 난민정책 실태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나라로 알려진 미국은 정부와 NGO 등 시민단체가 난민 업무를 나눠 맡는다. 국제이주기구(IOM) 이민정책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한국 난민정책의 방향성과 정책의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난민심사와 입국 후 초기 정착지원 업무를 관할하고 실질적인 정착은 정부 지원금을 받은 시민단체들이 맡는다. ‘입국’과 ‘정착’을 정부와 시민단체가 나눠 맡은 미국의 제도는 난민들에게 생활밀착형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난민 아이들이 비상 담요를 덮고 서로 붙어 있다. 사진=유엔난민기구 |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 유입사태를 겪고 있는 유럽은 난민 문제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역사적으로 난민에 우호적인 입장이었던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일 독일 중부 드레스덴에서는 대규모 난민 찬반 시위가 열렸다.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 주도로 수만명이 참여하는 난민 수용 반대 집회가 벌어졌고 그 반대편에선 이주민 옹호단체인 ‘증오발언 대신 따뜻한 마음’ 산하 단체의 찬성 집회가 열렸다.
배가 고픈 난민 아이들이 귀리죽, 옥수수, 완두콩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유엔난민기구 |
◆전문가들…난민 인식 개선과 함께 제도 보완돼야
국내 전문가들은 난민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만들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입장이다. 유엔난민기구 관계자는 “현재까지 많은 한국인들이 난민들의 어려움에는 공감하면서도 한국에 도착하는 난민들에게는 거리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며 “난민제도들이 올바로 시행되려면 충분한 시간과 함께 국민 정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난민을 받아들이려면 우선 그 사람을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국제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수준에 머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난민을 더 받아들이기 전에 이미 국내에 들어와있는 난민들의 현실과 행정적 결함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헬리콥터에서 내려준 구호 물품을 가지러 가기 위해 로힝야 난민들이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사진=유엔난민기구 |
IOM 이민정책연구원의 정기선 실장은 “난민법 제30조에 따르면 난민의 처우를 위해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의 역할이 명시돼 있음에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난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지역통합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집중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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