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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힘든 사람 많다"…난민에 등 돌린 한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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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23 13:54:42 수정 : 2015-10-23 13: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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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반난민정서… 녹일 해법찾기 머리 맞대야 “우리나라 국민들도 힘든사람 많다. 난민 수용은 절대 반대다”

난민신청자가 매년 늘어나는데 비해 난민인정률은 현저히 낮다는 10월20일 세계일보 온라인판의 ‘늘어나는 난민신청자…까다로운 대한민국’ 기사에 많은 네티즌들이 ‘난민을 받기 부담스럽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터키에서 그리스 레스보스 섬까지 보트를 타고 이동한 시리아 여성이 세 자녀들을 껴안으며 안도의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사진=유엔난민기구
이 중 일부는 강도 높은 표현을 동원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알게 뭐냐, 자기 나라에서 죽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해라”라는 한 네티즌의 댓글에는 2700여명이 공감버튼을 눌렀다. 또 다른 네티즌은 “난민이 나쁘다는건 아니지만 누가 잠재적 테러리스트일지 모르는 일”이라고 반응했다. 일부는 “(난민을)한번 받아주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우리정부는 2012년 난민 문제에 인도적 책임을 분담한다며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12월에는 한국행을 희망하는 이들을 심사해 국내로 데려오는 ‘재정착 희망 난민 제도’가 실시돼 태국 미얀마 접경지역에 있는 난민캠프의 난민 30명이 국내에 들어온다. 그러나 한국사회 전반에 반(反)난민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정부 정책이 힘을 얻기 힘들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최모(32)씨는 23일 “다른 나라 얘기인줄로만 알았던 난민문제가 갑자기 ‘우리 일’이 된 것 같아 깊이 생각해 볼 여유가 없었다”며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그들(난민)의 사정이 이해 되지만 국민동의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에 사는 직장인 배모(27)씨는 “사회적 대비책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난민을 포괄하는 이주민 특별대책같은게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나…주요국 난민정책 실태

난민을 가장 많이 받아들이는 나라로 알려진 미국은 정부와 NGO 등 시민단체가 난민 업무를 나눠 맡는다. 국제이주기구(IOM) 이민정책연구원이 2012년 발표한 ‘한국 난민정책의 방향성과 정책의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는 난민심사와 입국 후 초기 정착지원 업무를 관할하고 실질적인 정착은 정부 지원금을 받은 시민단체들이 맡는다. ‘입국’과 ‘정착’을 정부와 시민단체가 나눠 맡은 미국의 제도는 난민들에게 생활밀착형 지원을 가능하게 한다는 평을 얻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온 난민 아이들이 비상 담요를 덮고 서로 붙어 있다.
사진=유엔난민기구
캐나다 역시 ‘난민정책 모범국’으로 꼽힌다. 캐나다는 지난 40년 동안 50만 명에 달하는 난민을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캐나다 전체 이민 인구의 10% 이상을 난민이 차지하고 있다. 이 중 20만 여명은 정부가 아닌 민간 단체의 지원을 통해 재정착했다. 또 세계 최초로 여성난민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운영중이다.

그러나 2차 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 유입사태를 겪고 있는 유럽은 난민 문제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역사적으로 난민에 우호적인 입장이었던 독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19일 독일 중부 드레스덴에서는 대규모 난민 찬반 시위가 열렸다. ‘유럽의 이슬람화를 반대하는 애국적 유럽인들’(PEGIDA·페기다) 주도로 수만명이 참여하는 난민 수용 반대 집회가 벌어졌고 그 반대편에선 이주민 옹호단체인 ‘증오발언 대신 따뜻한 마음’ 산하 단체의 찬성 집회가 열렸다. 

배가 고픈 난민 아이들이 귀리죽, 옥수수, 완두콩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있다.
사진=유엔난민기구
앞서 12일에는 영국 런던과 스페인 마드리드,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시민 수 만명이 거리로 나와 난민을 지원하자는 시위를 벌였다. 반면 동유럽 국가에서는 난민반대 시위가 찬성 시위를 압도했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는 5000명의 시위대가 ‘이슬람은 유럽의 죽음을 가져올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체코 프라하와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도 ‘난민은 환영받지 못한다, 집에가라’는 피켓을 든 시민 수백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오는 25일 난민 유입 통로인 발칸 지역 국가들과 난민 정상회의를 여는 등 난민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전문가들…난민 인식 개선과 함께 제도 보완돼야

국내 전문가들은 난민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만들고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입장이다. 유엔난민기구 관계자는 “현재까지 많은 한국인들이 난민들의 어려움에는 공감하면서도 한국에 도착하는 난민들에게는 거리감과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며 “난민제도들이 올바로 시행되려면 충분한 시간과 함께 국민 정서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난민을 받아들이려면 우선 그 사람을 책임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며 “지금까지의 정부 정책은 국제적 부담을 피하기 위한 수준에 머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난민을 더 받아들이기 전에 이미 국내에 들어와있는 난민들의 현실과 행정적 결함 등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헬리콥터에서 내려준 구호 물품을 가지러 가기 위해 로힝야 난민들이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사진=유엔난민기구
시리아 난민들을 돕는 단체 ‘헬프시리아’의 박지훈 변호사는 “우리 난민법에 명시된 난민에 대한 정의는 국제 난민 협약에 따른 정의와 거의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문언상의 표현’에 불과하다”며 “동일한 문구가 서구 선진국과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우리 법무부는 전쟁을 난민인정사유로 보지 않고 있는데 이 때문에 최악의 킬링필드 시리아에서 탈출한 사람도 한국법상으로는 ‘난민’이 못되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가진 법률을 상식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IOM 이민정책연구원의 정기선 실장은 “난민법 제30조에 따르면 난민의 처우를 위해 중앙정부 뿐 아니라 지자체의 역할이 명시돼 있음에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며 “난민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지역통합정책이 시행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 내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각종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집중해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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