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최고 책임자였고, 신문물인 사진을 가장 먼저 접했던 부부 사정이 전혀 다른 이유는 뭘까. 사진을 통해 국내외에 자신과 조선의 존재감을 알리려 했던 고종과 최고 권력자로 군림했으나 가부장적 질서에 여전히 구속될 수 밖에 없었던 명성황후의 다른 처지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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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미국 뉴어크박물관에서 새로 발견된 고종 황제 초상 사진. 고종은 자신과 대한제국 존재를 서구 열강에 알리기 위해 사진을 활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
전통사회에서 왕의 얼굴은 신성시됐다. 왕의 얼굴을 그린 어진은 당대 최고 화가들이 동원돼 제작됐고, 궁궐 깊숙이 모셔져 제의 대상이 됐다. 고종 시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고종은 사진사를 불러들여 촬영하게 했고, 심지어 밖으로 내돌리는 걸 허락했다. 이전과 비교하면 매우 예외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기울어가던 대한제국과 흔들리던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려 했던 고종 의지와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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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식 복장을 한 고종의 사진. 근대화된 대한제국의 이미지를 심어주려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덕성여대 권행가 연구교수는 “처음에는 사진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찍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이후에는 (서구 열강과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초청한 외국인을 통해 촬영하고, 외교를 위해 사진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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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93년 프랑스 한 잡지에 명성황후의 모습이라며 실린 사진. 명성황후를 만난 외국인들은 “날카로운 눈, 아름다운 여성” 등으로 그녀를 묘사했지만,‘명성황후 사진’으로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고종의 사진이 많이 남아 있고, 당시가 사진술이 확산하던 때라 자연스럽게 명성황후를 찍은 사진에 대한 관심이 크다. 명성황후 모습을 담은 것이라며 나돈 사진도 여러 장이었는데, 프랑스 월간지인 ‘피가로 일루스트레’ 1893년 10월호에 실린 사진이 대표적이다. 잡지는 4쪽에 걸쳐 조선 풍물과 왕실 모습을 소개하면서 사진을 여러 장 싣고 있는데, 그중 하나에 ‘민, 조선의 황후’란 제목이 달려 있다. 명성황후를 가까이서 만났던 이사벨라 비숍, 언더우드 등은 명성황후를 “날카로운 눈, 지적이며 강한 성격, 쾌활하고 고상한 정신적 자질의 소유자, 아름다운 여성”이라고 묘사한 바 있다. 잡지에 실린 사진은 이런 설명에 어느 정도 부합한다. 최근 경매를 통해 해당 잡지를 입수한 차길진 후암미래연구소 대표는 “진위를 밝히는 건 학자들 몫이지만, 이 사진을 다시 볼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차 대표는 “권위 있는 프랑스의 잡지에 실린 사진이고, 기사를 쓴 기자는 당시로서는 명망이 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차 대표에 따르면 기사를 작성한 거빌은 각국의 왕실, 황제, 대통령과 인터뷰를 주로 진행한 기자로 1892년 11월 경복궁을 방문했다. 지금까지는 이 사진이 다른 출판물에도 여러 차례 실리면서 ‘궁녀’ 혹은 ‘시중’이라고 소개되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명성황후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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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한 일간지에 실린 명성황후의 초상화. 명성황후를 만난 이의 말을 전해 들은 뒤 그린 것이라고 전한다. 서양인의 얼굴에 중국식 머리를 하고 있어 명성황후의 실제 모습을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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