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넓은 황량한 대지 위에 의자의 몰골만 남아있는 상황, 누런 황토바닷물 위에 홀로 조각배에서 낚시하는 상황, 무언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없는 풍력발전소의 상황 등등은 부재가 있는 다양한 사연을 드러내는 것이다. 현대인의 막연한 상실감과 고독 그리고 불안을 조장하는생활을 드러내고, 화려함 이면에 드리운 현대인의 어두운 정서를 들쳐내고 있다. 지석철의 작품에서 일반 감상자들이 친숙하면서도 낯선 이마쥬(Image)를 느끼게 되는 이유다.

미술평론가 김복영은 “근작들은 도시의 역사와 자연의 바다, 그리고 황야를 가로지르는 삭막한 대지는 물론 우리의 주변 곳곳에 편재해 있는 부재의 정황을 폭로한다. 이를 방법적으로 주도하는 냉엄한 다큐멘터리 양식은 가히 일품이다. … 그는 미니 의자가 있어야 할 위치와 정황을 자세히 묘사할 뿐 아니라, 거기서 전율하는 미니 의자의 세세한 자태를 묘사함으로써 부재를 폭로하는 신종 리얼리즘을 창도한다”고 이번 출품작들을 평가하고 있다. 작가의 감정을 배제한 다큐멘터리가 오히려 절절한 감정보다 더 가슴 속으로 들어오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가공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있을 것같은 이야기 정황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마치 무대감독이 사물 하나하나를 위치시키고 서로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처럼 만드는데 능숙하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부재에 대한 이야기가 새로운 사실주의 형식으로 드러나고 있다. 21세기도 벌써 15년이니 흐른 지금, 그가 말하는 부재의 상황은 더욱 더 우리의 가슴에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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