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보이지는 남성이라면 입에 담기가 민망한 잡지이지만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그렇고 그런 미국 성인잡지의 대명사이다.
지난 1953년 '에스콰이어' 카피라이터 였던 휴 헤프너(89)가 점잖빼는 세대를 희롱하듯 당대 최고 여배우 마릴린 먼로의 누드사진이 담긴 창간호를 내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18~80세 남성 인생에 있어 매우 중요한 매체"라는 헤프너의 말처럼 플레이보이는 한때 엄청난 판매량과 어느 잡지 못지않게 영향력까지 누렸다.
여성 누드사진은 플레이보이지를 관통하는 핵심 컨텐츠이자 정체성 그 자체였다.
이런 플레이보이가 누드사진과 결별을 선언한 것은 시대흐름 때문이다.
스콧 플랜더 플레이보이 CEO는 1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3월부터 플레이보이에 여성의 나체 사진을 싣지 않겠다"고 했다.
플랜더는 "인터넷에서는 클릭 한 번이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이미지를 공짜로 볼 수 있다. 누드 사진 그 자체는 이제 한물갔다"고 지적했다.
플랜더는 "이러한 결정을 휴 헤프너도 동의했다"며 "세련되고 젊고 실용적인 이미지를 갖추기 위해 여러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알렸다.
플레이보이지에 따르면 최근 플레이보이 공식홈페이지에 선정적인 사진을 줄인 결과 이용자수가 한달 400만에서 1600만으로 껑충 뛰었고 이용 연령은 평균 47세에서 30세로 떨어졌다.
이는 공공장소에서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플레이보이 사이트에 접속했기 때문이다.
플레이보이는 최근 급속하게 떨어진 매출에 큰 압박을 받아왔다.
미 언론감사연합(Alliance for Audited Media)에 따르면 플레이보이 매출은 1975년 550만 달러에서 올해 80만 달러로 떨어졌다. 당시 화폐가치와 따지면 실제 매출액이 수백분의 1까지 줄어든 셈이다.
최근 몇년간 플레이보이는 관련 상품에서 오는 부가수익과 그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를 이용해 세계 시장에서 수익을 내는 것으로 유지해 왔다.
성의식 변화 등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친 플레이보이지가 여성 누드와 결별한 것은 '엿보는 시대'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한 시대의 종언과 같은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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