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변화가 너무 급격하면 경제주체들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불경기가 오면 경제활동이 위축돼 사람들은 우울하게 된다. 경제정책당국이 경기 둔화에 대응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다. 그중 통화정책은 미국에서는 연준,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이용해 결정한다. 불경기에는 금리를 낮춰 돈을 빌리는 비용을 낮춰주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와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화당국의 의사결정은 자주 그 의도와는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 |
이를 이해하기 위해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만일 은행이 기업에 돈을 빌려줬다가 만기가 돼 대출을 연장할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가정하자. 은행이 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기대를 가지고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기업은 돈을 갚아야 하므로 자산이나 제품을 싼값에 급매해야 하고 그 결과 기업의 상황은 정말 나빠질 수 있다. 반대로 은행이 기업의 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만기연장을 해주면 기업은 계속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해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즉 은행이 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에 따라 대출만기 연장이 결정되는데, 이러한 기대는 그 자체로 충족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렇게 은행의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정해진다면 문제는 간단하고 은행은 항상 긍정적인 기대만 하면 잘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가끔 은행이 대출연장을 해도 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은행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면 은행은 마냥 긍정적으로만 행동할 수도 없다.
통화당국의 가장 큰 고민은 경제주체가 통화정책 변화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게 되는지를 알아내고 또 통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통화당국은 일반적인 시장참여자와의 소통을 통해 그들의 기대에 대해 알아내고 필요한 경우 그 기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통화당국은 깜짝쇼를 해서는 안 된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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