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조직 괴사로 얼굴을 잃은 50대 베트남 남성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베트남 남서부의 메콩 삼각주 지역에 사는 반 닷(51)은 10년째 침대에 누워 지낸다. 피부조직 괴사로 눈이 없어져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코, 입 형체도 알아볼 수 없다. 먹는 것은 물론이고 말하는 것도 힘들다. 도대체 반 닷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야기는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 닷은 어느날 부터인가 코피를 자주 흘리기 시작했다. 횟수가 점점 늘어나더니 많을 때는 하루에 4번이나 코피를 쏟았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반 닷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병원으로 향했다.
의료진은 반 닷의 '비중격(鼻中膈·nasal septum)'에 이상이 있다고 판단했다. 비중격은 코안(비강)을 좌우로 나누는 칸막이벽이다. 좌우 콧구멍을 구분하는 칸막이라 생각하면 된다. 주로 연골, 골판으로 구성되며, 점막으로 뒤덮여 콧등과 코끝을 지지하는 구조물이다.
수술받은 반 닷은 얼마간 코가 괜찮은 듯싶었다. 그러나 2005년초쯤, 물 마시던 반 닷은 코와 위턱에 난 작은 구멍으로 물이 새어 나오는 것을 깨달았다. 몇 달 후, 턱 구멍이 점점 커지더니 코 쪽으로 확장되는 비정상적인 현상이 벌어졌다.
더 큰 병원으로 향한 반 닷은 몇 차례 코 수술을 받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의사들은 “수술과 치료를 더 받아야 그나마 차도가 있다”며 “그러나 돈이 많이 들 것”이라고 반 닷의 가족에게 말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추가 수술이 불가능했던 반 닷은 괴사하는 얼굴로 생활했다. 문드러지는 그의 얼굴을 보는 반 닷의 가족도 속이 타들어 갔다. 그러나 이들이 취할 방법은 없었다.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반 닷은 침대에 누워 낮인지 저녁인지도 모른 채 지내고 있다. 얼굴에서 피가 나지는 않으나, 찌르는 듯한 고통에 반 닷은 몸부림치는 상황이다.
반 닷의 아내는 “우리 가족에게는 돈이 없다”며 “남편을 도와줄 수가 없다”고 신세를 한탄했다.
한편 반 닷의 사연이 알려진 뒤, 현지의 몇몇 의사가 그를 돕고 싶다며 연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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