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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몇 대 맞더니 눈빛부터 달라졌다고?

입력 : 2015-09-21 05:00:00 수정 : 2015-09-2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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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운동부 학생들이 공공연한 학원폭력으로 신음하고 있다. 심한 욕설과 괴롭힘은 물론 반복적인 구타와 가혹행위, 심지어 성희롱으로 심신이 멍들고 있다. 대다수 지도자들이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훈육하고 인간적으로 지도하고 있지만, 일부에서 도구나 손발 등을 이용한 비인격적 체벌을 반복하면서 학교 운동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키우고 있다. 국내외 체벌 논란에 대해 살펴본다.

#1. 전남 S여중 운동부 A양은 최근 '훈련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코치에게 주먹으로 폭행을 당했다. 두 차례에 걸쳐 10대를 얻어 맞았다. 그는 “심지어 부모가 있는 앞에서도 '학부모 동의가 있었다'면서 30대 코치로부터 몸의 중심을 잃을 정도로 뺨을 맞았다”고 토로했다.

#2. 광주 S초교 야구부 한 선수는 선 채로 코치로부터 공으로 얻어맞는 '야구공 체벌'을 당했다. 신체 곳곳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그는 “소중히 간직해온 일기장이 마구 찢기는 정신적 폭력도 감내해야 했다”고 울먹였다.

#3. K중 운동부 코치는 '씨름을 그만두겠다'면서 잦은 결석과 가출을 해온 학생의 뺨을 손으로 때려 고막을 파열시키기도 했다.

최근 광주시 교육청이 올해 운동부를 육성중인 135개 초·중·고 선수 1719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44명이 "심리적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심리적 폭력은 심한 욕설이나 협박·괴롭힘·따돌림 등 비신체적 폭력을 말한다.

또 39명은 '심한 기합이나 얼차려로 신체적 고통을 받았다"고 응답했고, 손발이나 몽둥이를 이용한 구타와 성희롱을 경험한 학생도 각각 28명과 22명에 달했다. 익명성이나 소신응답이 가능한 우편접수 방식이 아닌 장학사나 주무관이 학교를 일일이 방문해 설문하는 방식이어서 실제 폭력피해 비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타와 가혹행위 피해자 10명 중 6∼7명은 가해자로 코치를 첫 손에 지목했고, 다음으로 선배, 동료 순이었다. 심리적 폭력은 가해자의 절반이 '선배'고, 성희롱은 54.6%가 '동료'인 것으로 조사됐다.

구타는 '1주일에 1∼2회'가 28%, '거의 매일'이 11%로 조사됐고 심리적 폭력과 가혹행위는 절반 가량이 '훈련 중' 또는 '숙소생활 중'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 장소는 구타의 60%, 가혹행위의 50%, 심리적 폭력의 35%가 운동장이나 체육관이었다.

이처럼 운동부 폭력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성적 지상주의, 금메달 제일주의에 계약직 코치 등 지도자들의 고용 불안이 보태지면서 그릇된 관행이 뿌리를 내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몇 대 맞더니 눈빛부터 달라졌다"는 식으로, 비록 비인격적이지만 지도효과는 가장 크다는 가해자 중심적 사고방식도 문제다.

처벌 수위가 밋밋한 것도 도마에 오른다.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인권 침해에 대한 형사상 제재와 고발, 영구 퇴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대다수 학교에서는 가해자가 스스로 사표를 내는 선에서 논란을 잠재운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선수에 대한 폭력은 인권문제이자 고질적인 사회적 병폐 중 하나"라면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기적인 교육을 통해 체벌이 효과적이지 않고 대신할 수 있는 훈육방법을 학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도자들의 체벌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 이유 중 하나는 그들 역시 맞으면서 운동을 배웠기 때문이고, 이는 '폭력의 대물림'을 낳고 있다"며 "폭력의 악순환을 끊고 지도자 처우를 개선하며 아이들이 인격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때"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케이블 채널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7' 길민세의 과거 엉덩이 체벌 인증샷이 화제다. 과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길민세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당시 유행하던 채팅 앱을 통해 게재한 ‘체벌 인증샷’이 올라왔다.

당시 길민세는 "오늘 코치님한테 xx 맞음"이라는 글과 함께 엉덩이를 노출한 사진을 남겨 보는 이들을 경악하게 했다.

그는 소속팀 감독을 향해 "시합 전에 러닝을 시킨다", "머리 박고 우리 팀 잘 돌아간다" 등의 글도 게재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거짓말한 아이에게 체벌을 가하면 되려 거짓말만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타임에 따르면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은 체벌의 효과성을 알아보기 위해 4~8세 어린이 372명을 대상으로 한 행동 조사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연구진은 실험 참여 어린이를 방에 홀로 두고 1분간 장난감을 보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연구진의 지시를 어기고 장난감을 훔쳐본 어린이는 전체의 67.5%(251명)였으며, 그 가운데 66.5%(167명)는 장난감을 보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난감을 본 어린이는 개월 수가 많을수록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있었으며, 거짓말을 계속 이어가는 데도 능숙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빅토리아 탤워 교수는 “체벌은 큰 효과가 없다”면서 “문제 상황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거짓말을 하려는 걸 막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직함이 도덕적으로 옳은 일이고 기분도 좋아지게 만드는 것을 알게 되면 사실대로 얘기하려 한다. 나이가 어리면 어른들을 기쁘게 하려고 사실을 얘기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자녀가 솔직하게 잘못을 고백하게 된다면 잘 북돋워 주라고 말했다.

한편, 지구촌 20세 미만 소녀 10명 중 1명이 성폭행 피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14세 아동 10명 중 6명은 부모나 육아돌보미 등 양육자로부터 정기적으로 매를 맞고 있다. 전세계 살인 피해자의 20%는 20대 미만이었다.

이 같은 사실은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가 최근 발간한 아동 폭력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190개국에서 어린이에 대한 ▲강압적 성행위 ▲체벌 남용 같은 신체적·성적·정서적 폭력이 일상적으로 행해지고 있었다. 주로 일상 폭력은 가정 내에서 가까운 지인을 통해 벌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성폭력은 광범위했다. 지난 2012년의 경우 소녀 1억2000만명이 강압적 성행위의 피해를 봤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에서도 아동 성폭행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었다.

결혼한 10대 소녀의 3분의 1인 8400만명에 대한 정서적·신체적·성적 폭력은 주로 남편과 파트너에 의해 일어났다. 이런 가정 내 성폭력은 특히 ▲콩고·적도기니에선 70% 이상 ▲우간다·탄자니아·짐바브웨에선 50% 이상이었다.

스위스에선 2009년 조사에서 15~17세 소녀의 22%, 소년의 8%가 최소 한차례 이상 성폭력을 경험했으며 대부분은 인터넷을 통한 잘못된 만남에서 빚어졌다.

미국에서 14~17세 소녀의 35%, 소년의 20%가 성폭력을 경험했다. 또한 이 보고서는 지구촌 2~14세 인구의 60%인 10억 어린이가 체벌이란 미명 아래 규칙적으로 맞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어린이 신체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는 국가는 39개국에 불과했다. 이는 체벌이 일상으로 여겨지는 문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15~19세 소녀 절반은 남편이 아내를 때리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13~15세의 학생 3분의 1가량은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남태평양 사모아에서 이 비율은 4분의 3까지 높았다. 유럽과 북미에선 11~15세 학생의 3분의 1이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라트비아와 루마니아에서 이 비율은 60%까지 높았다.

2012년에 20세 미만의 살인 피해자 수는 9만5000명이었다. 이는 전체 살인 피해자의 20%였다. 파나마·베네수엘라·엘살바도르·브라질·과테말라 등 중남미 국가에서 10~19세 남아 사망의 가장 큰 사망원인은 살인이었다. 20세 미만 피살자의 절반 가량은 나이지리아·브라질·인도·민주콩고 등 10개국에서 벌어졌다.

보고서는 “대부분의 아동 폭력은 이들을 보살피는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교류하는 사람들의 손에 의해 일어난다”면서 “가정 내 폭력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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