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헌법 9조 수호운동 헌신… ‘日의 지성’ 가토 슈이치 회상기… “누구도 희생 타인에게 강요못해”
가토 슈이치 지음/이목 옮김/글항아리/2만5000원 |
김충식 지음/메디치미디어/1만5000원 |
‘양의 노래’는 가토 슈이치(1919∼2008)의 자조적인 회상기다. 전쟁으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일본제국의 퇴행적 행태를 통렬히 꾸짖는 글 모음이다. 그는 전쟁 반대를 규정한 일본헌법 9조를 지키는 운동에 헌신한 의사 출신 지식인이다. 일본 학자들에게서는 보기 드문 저항적인 휴머니즘 시각이 그를 통해 드러난다. 한국에는 비교적 덜 알려진 인물이지만 일본에서는 저항 지식인의 사표로 존경받고 있다. 소설가 오에 겐자부로(80), 인문학자 쓰루미 슌스케(1922∼2015) 등과 ‘9조 모임’을 만들어 평화헌법 수호 운동을 벌였다.
저자는 양띠해에 났다고 해서 책 제목도 ‘양의 노래’로 지었다. 그는 다른 양들처럼 떼(무리)를 짓지도 따라가지도 않았다고 했다. 일본에서 떼를 따라가지 않으면 ‘왕따’가 되기 십상이다.
저자 가토 슈이치는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 인문학자 ‘쓰루미 슌스케’와 더불어 일본헌법 9조 수호 운동을 벌이면서 일본 정부에 대해 참회를 촉구한 진보적 지식인이었다. |
‘목화꽃과 그 일본인’ 역시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 이야기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 원산, 목포 등에서 외교관으로 일한 와카마쓰 도사부로(若松兎三郞)의 일대기를 담았다. 김충식 가천대 교수가 썼다. 와카마쓰는 한국을 사랑한 일본의 관료였다. 그는 한국 땅에 처음 목화와 천일염을 보급한 인물이다.
목포항에서 바라다보이는 고하도에는 일본 외교관 와카마쓰 도시부로의 ‘육지면 시험재배’를 기념하는 비석이 있다. 1902년 목포 일본영사관에서 근무하던 그는 목포와 무안 일대의 일조량과 강우량을 치밀하게 측정하고 미국원산의 개량종 육지면을 심었다. 메디치 제공 |
와카마쓰는 일본에 돌아가서도 재일 한국인의 인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한국인이 한국인 교회당에서 자유롭게 예배를 볼 수 있도록 일본 경찰을 설득했다. 저자는 “그가 일본제국의 이익을 위해 성실하고 꼼꼼하게 일한 관료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에 더해 한국 목화의 현대화에 기여하는 등 한반도 산업과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면서 “와카마쓰라는 사람을 독자에게 있는 그대로 전할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언론인 출신 저자의 필력과 유려한 문체 때문에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 @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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