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행위를 했다(강간)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 사건을 돌려보낸 주된 이유이다.
16일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최모(26)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최씨는 피해자로부터 '오빠 이건 강간이야'라는 말을 듣자 곧바로 성행위를 중단했는데 '강간'이라는 말만으로 즉시 성행위를 멈출 정도였다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성행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지 상당한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씨가 반항을 억압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유형력으로 성폭행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의심스럽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도 이 같은 사정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최씨가 성행위를 중단한 후에 휴대전화로 친구들과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집에 데려다주겠다는 최씨의 말에 남자친구가 기다리는 장소에 데려다 달라고 부탁, 함께 차를 타는 등 최씨에 대해 강한 반감이나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강간 직후 죽고 싶었지만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이 최씨인 것이 싫어서 가까이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한 것'이라고 진술하지만,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씨는 2013년 1월 오전 2시쯤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옛 여자친구인 A(19)씨를 우연히 만나 술을 마시다가 같은 날 오전 8시쯤 A씨에게 방을 잡아주고 돌아가겠다며 함께 모텔로 들어간 뒤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앞서 최씨는 2012년 12월 오전 5시쯤 수원시에 있는 호프집에서 A씨의 친구인 B(19·여)씨 일행과 술을 마시다가 자신의 차안에서 B씨를 강제로 성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와 B씨에 대한 성폭행 혐의를 모두 인정해 최씨에게 징역 2년6월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성폭행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6개월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2심은 B씨에 대한 성폭행 혐의를 무죄로 본 이유에 대해 "B씨는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 이후 최씨와 371건의 일상적인 문자 메시지와 통화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성관계가 적어도 묵시적인 합의에 따라 이뤄졌다가 A씨의 피해사실을 뒤늦게 전해 듣고 함께 신고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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