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일 6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KEB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저원가성 예금은 지난해 8월 말 기준 292조3648억원에서 올해 8월 말 기준 356조8055억원으로 1년 동안 22%(64조4407억원) 증가했다.
은행별 증가율을 살펴보면 농협은행이 지난해 8월 말 41조4910억원에서 올해 8월 말 56조7894억원으로 36.9%(15조2084억원)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2위는 지난해 8월 말 52조1863억원에서 올해 8월 말 66조4001억원으로 27.2%(14조2138억원) 늘어난 KEB하나은행이 차지했다. 이어 기업은행 22.2%(27조9242억원→34조1214억원), 국민은행 21.5%(59조1989억원→71조9038억원), 신한은행 17.5%(48조3689억원→56조8520억원), 우리은행 11.9%(63조1955억원→70조7388억원) 순이었다.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한은에 예치하는 자금의 수신액 대비 비율)이 7.0% 수준이기 때문에 은행들은 저원가성 예금의 93%는 대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만약 저원가성 예금을 받아 금융기관에 빌려주는 단기성 자금인 ‘콜론(Call loan)‘으로 운용하면 현재 콜금리가 1.49% 수준이기 때문에 약 15배의 예대마진이 난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 현상이 지속하면서 저원가성 예금이 큰 폭으로 증가해 은행의 조달비용 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3분기 은행 NIM이 조금 오르거나 떨어지더라도 1bp(0.01%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달 30일부터 시작하는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은행들이 주거래 패키지 상품을 내놓는 이유 중 하나도 저원가성 예금을 잡기 위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요구불예금 50만원을 유치하는 게 적금 1000만원을 판매하는 것보다 더 큰 이득”이라며 “저원가성 예금 확충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수익 개선을 위해 저원가성 예금을 선호하는 경향 못지않게 금융 소비자들이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을 수 없다는 것도 저원가성 예금 증가에 영향을 주고 있다. 중·장기간 돈을 묻어놓고 이자를 받은 일이 여의치 않게 되자 원하면 언제든지 돈을 뺄 수 있는 저원가성 예금을 돈을 넣어놓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고객들은 은행이 터무니없이 낮은 이자를 준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저원가성 예금에 1000만원을 1년 동안 넣어놔도 이자가 1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원가성 예금은 고객이 원하면 언제든 빼줘야 하는 예금이라 중·장기로 자금운용을 하는데 제한이 있지만 예금을 받으면 전산관리비용 등이 들기 때문에 금리를 많이 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