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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내가 왜 '집순이'가 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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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사회와 여유가 없는 일상은 현대인들의 삶을 점점 더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로 인해 청년부터 노년층까지 모두가 불안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여유로움’과 ‘따뜻함’이라는 정서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가고 있다. 최근 새삼 '집'의 의미가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집이 전하는 따뜻한 정서를 그리워하고 그 안에서 누군가의 손길을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만큼 현대 한국사회가 외롭고 불안하다는 반증이다. 집의 의미에 대한 사람들의 다양한 인식에 대해 살펴본다.

지친 일상과 막연한 불안감 속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집에 대해 ‘휴식의 공간’이자 ‘가족을 의미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집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81.9%가 집에 가만히 있을 때 가장 마음이 편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바쁘고 복잡한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들이 집에서 비로소 위안과 여유를 가지게 되는 것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절반 이상이 사회적 불안감이 커지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더 많아진 것 같다고 말하는 데서 알 수 있듯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그런 불안감들을 달래고 있는 것으로도 보여진다. 전체 78.9%가 집에서는 무엇을 해도 마음이 편하다고 느끼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에 모아지고 있었다. 전체 10명 중 7명이 요즘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이런 인식은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비슷했다. 굳이 밖에 나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충분히 많다는 의견도 75.2%에 달했다.

집에서도 커피 한잔을 즐기거나 가볍게 술 한잔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의견도 각각 89.5%, 77.1%에 이르렀다. 그만큼 심리적인 위안을 주는 공간인 집에서 다양한 것들을 즐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다만 집에서 일하면 보다 능률이 오를 것 같다는 의견은 36.3%에 그쳤다.

집은 우리에게 다양한 의미들을 부여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집의 의미는 휴식의 공간(91.4%·중복응답)인 것으로 조사됐다. 성별과 연령에 관계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쁘고 복잡한 일상에서 여유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집의 역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가족을 의미하는 공간(66.7%) ▲잠자는 공간(60.6%) ▲두 발을 뻗고 편히 누울 수 있는 공간(59.9%) ▲가장 사적이고 소중한 공간(56.1%) ▲쉼터(55.9%) ▲나만의 공간(41.6%)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대체로 집을 통해 가족을 떠올리거나 휴식과 여유·안정 등 정서적 가치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밖에 ▲나의 존재가치를 느끼게 하는 공간(18.5%) ▲공동생활의 공간(17.3%) ▲끼니를 해결하는 공간(13.4%) ▲재산 증식의 수단(9.7%)으로 집을 바라보는 시각이 뒤를 이었다.

집의 이미지에 대한 평가에서도 집이라는 공간의 정서적 역할에 주목하는 시선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집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자(96.2%) ▲하루 동안의 기억을 정리하고 피로를 푸는 공간이며(93.5%) ▲최고의 휴식 공간(90.6%)이라는 데 거의 대부분이 동의했다.

아울러 전체 89.2%가 집이 행복을 주는 공간이라고 바라봤으며 집은 실패와 좌절, 힘든 부분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인식도 10명 중 8명에 달할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집은 긍정적인 힘을 북돋게 하는 장소였다. 집이 무엇으로든 간섭 받지 않고, 시간을 흘려 보내기에 충분한 곳이라는 데도 85.5%가 동의했다. 다만, 이런 생각은 가족 구성원이 적을수록 보다 뚜렷한 특징을 보였다.

반면 집을 그저 의식주만 해결하는 기능적인 공간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집이 잠과 식사를 해결하는 공간일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보는 시각은 단 11.1%였다. 물론 집이 여전히 중요한 물질적 대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다. 전체 86.1%가 한국사회에서 집은 안정감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물질적 대상이라고 바라본 것이다.

평일(주말 제외)을 기준으로 사람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평균 12.3시간이었다. 남성(10.8시간)에 비해 여성(13.8시간)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훨씬 많았으며, 연령별 차이는 크지 않았다. 다른 가족형태에 비해 1인 가구가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것도 눈에 띄는 결과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은 작년과 비교했을 때 소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절반 이상(56.9%)이 집에서의 시간이 작년과 별 차이가 없다고 밝힌 가운데, 작년 대비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자(23.8%)가 감소했다는 응답자(19.4%)보다는 좀 더 많은 것이다.

남성보다는 여성이 작년보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뚜렷했다. 젊은 세대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의 증가와 감소의 폭이 모두 큰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작년보다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 그냥 집에서 쉬고 싶고(44.2%·중복응답) 밖에 나가면 돈을 쓸 일이 많아진다(39.2%)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또한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35.6%) ▲지출을 줄이고 싶으며(32.2%) ▲밖에 나가는 것이 귀찮다(29.7%)는 이유로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낸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남성은 쉬고 싶어서(49%), 여성은 집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38.3%)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다른 성별 대비 많았다.

지난해 대비 집에서 가족 구성원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대체로 감소한 반면, 혼자 지내는 시간은 다소 증가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였다.

먼저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은 작년과 별 차이 없는 것 같다는 응답이 10명 중 6명(58.8%)인 가운데, 감소했다는 의견(31.6%)이 증가했다는 의견(9.7%)보다 훨씬 많았다.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이 가장 많이 증가한 연령대는 20대(20%)였다. 기혼자들이 집에서 배우자와 보내는 시간은 증가(21.5%)와 감소(21.5%)가 동일한 수준이었지만, 유자녀 기혼자의 자녀와 함께 하는 시간은 증가(24.1%)보다는 감소(36.4%)쪽에 가까웠다.

반면 혼자 지내는 시간은 작년보다 다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대비 혼자 보내는 시간이 증가했다는 의견(28.2%)이 감소했다는 의견(23.8%)보다 우세한 것이다.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증가했다는 응답자들은 여성(34%)과 20대(38.8%)의 비중이 높았다.

잠과 식사를 제외하고 집에서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역시 TV시청(78.6%·중복응답)이었다. 그 다음으로 ▲인터넷 정보검색(63.5%) ▲집안일(59.4%) ▲누워있기(49.7%) ▲음악감상(34.7%) ▲영화감상(33.9%) ▲요리(32.5%) ▲게임(32.4%) 등이 주로 하는 활동이었다.

향후 집에서 가장 많이 하고 싶어하는 활동은 조립이나 악기연주 등의 취미생활(40.6%·중복응답)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여성(47.1%)과 20대(48.2%)가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생활에 대한 욕구가 큰 편이었다. 취미생활 다음으로는 ▲독서(35.4%) ▲영화감상(29.6%) ▲공부(27.1%) ▲음악감상(24.2%) ▲요리(21.6%) ▲집 꾸미기(21%)를 하고 싶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줄만한 아이템으로는 맛있는 음식(46.9%·중복응답)과 취미생활용품(42.3%), 양질의 TV프로그램(41.5%)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책과 잡지 등의 다양한 읽을 거리(35.6%) ▲운동·헬스기구(32.9%) ▲좋은 TV(31.9%) ▲좋은 사양의 컴퓨터(30.1%)가 있으면 집에서 시간을 좀 더 많이 보낼 것 같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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