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S 스토리] 선율 퍼지니 사람들 발길 늘어… “마을이 살아났어요”

관련이슈 S 스토리

입력 : 2015-09-12 06:00:00 수정 : 2015-09-12 06:00:00

인쇄 메일 url 공유 - +

지난 5일 저녁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 거리를 지나가려는 데 기타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어머니 세 분의 포근한 노랫소리가 함께 따라온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거리공연을 하고 있었다. 공연의 주인공은 3인조 중년여성 통기타 그룹 ‘통줌마’. 이들은 익숙한 솜씨로 젊은이들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스탠더드 팝을 연주한다. 음악 소리가 퍼져 나가니 자연히 사람들이 몰려든다. 공연장 앞에 설치된 작은 벤치에 어느 새 30여명 가까이 모였다. 50∼60대 중장년부터 20대의 젊은이까지 연령대도 다양하다. 처음에는 음악 소리에 따라 호기심에 이끌려 왔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관객이 됐다.


초가을 밤거리에서 펼쳐지는 이 ‘작은 음악회’는 서울 성동구가 왕십리 역사 인근에서 토요일 저녁마다 펼치는 정기 거리공연이다. 지난 7월부터 시작해 벌써 두 달째를 맞고 있다. 반응도 좋다. 성동구 관계자는 “지난 7월10일 첫 번째 공연 이후 8월까지 이어진 8번의 공연으로 400여명의 관객이 모였다”고 밝혔다. 회당 50여명으로 무명·아마추어 가수들로 이뤄진 공연으로는 ‘대박’이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역 앞 쌈지공원에서 공연중인 중년여성 통기타그룹 ‘통줌마’.
◆어디서에서나 만날 수 있는 거리의 ‘작은 음악회’


전국의 어느 곳에서 주말이나 평일 저녁 이 같은 거리공연은 더 이상 낯선 광경이 아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거리공연을 주요 문화사업으로 앞다퉈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홍익대 앞이나 동숭동 대학로 등 일부 거리공연 명소들에서만 거리공연을 만날 수 있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들은 관내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에서 정기·비정기적으로 거리공연을 열고 있다. 단순히 공연을 주최·후원할 뿐만 아니라 거리공연을 지역 내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나선 곳들도 적지 않다.

거리예술가들을 지원하고 나선 서울 송파구가 대표적이다. 송파구는 지난달부터 거리공연에 나설 예술가들로 구성된 송파뮤직딜리버리팀을 구성해 매주 금요일과 주말 석촌호수와 성내천 등에서 거리공연을 펼치고 있다. 공연에 나서는 거리예술가들에게는 문화예술분야 공공일자리사업의 하나로 정기적인 지원을 한다.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열렸던 ‘2014 대학로 D.FESTA거리공연’ .
송파구 관계자는 “거리예술활동가들에게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주민들에게는 생활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문화예술을 통해 치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부산시 해운대구는 조례까지 개정해 거리공연 육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 6월 해운대구의회가 ‘거리공연 활성화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나선 것이다. 해운대해수욕장은 여름이면 수많은 거리예술가들이 몰려드는 거리예술 명소다. 조례안은 거리공연 활성화를 위한 지원책, 공연을 위한 해수욕장 공간 확보, 공연 및 관람 편의 방안 등이 담겼다. 

소규모 거리 공연장인 버스킹존을 마련하는 곳도 크게 늘었다. 전북 전주시는 전주한옥마을 인근 동문예술거리에 지난 5월부터 버스킹존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매월 마지막 주가 되면 시민들과 관광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흥겨운 공연장으로 변모한다. 

남대문시장에서 펼쳐진 거리공연 ‘예술장프로젝트’.
◆문화와 예술 통한 지역 상권 살리기


각 지자체들이 거리공연 활성화에 나선 것은 주민들의 문화 향유기회를 넓힘과 동시에 얼어붙은 지역상권을 살리기 위한 의미도 담겨 있다. 지역상권을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번화가가 아니라 음악과 예술이 살아 숨쉬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거리상권을 예술과 결합시켜 서울의 홍익대 앞이나 동숭동 대학로, 경남 창원 창동처럼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열렸던 ‘예술장 프로젝트’도 이 같은 방안으로 펼쳐진 사업이다. 남대문시장상인회와 예술복덕방, 인형인 등 예술단체가 함께한 프로젝트로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남대문시장에 다양한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해 문화예술 명소로 거듭나게 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 매주 수요일 다양한 거리공연이 이어진 ‘예술장 프로젝트’는 쇼핑객과 관광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메르스 여파로 극심한 불황에 빠진 남대문시장 상인들에게도 큰 힘이 됐다. 

충북 청주시는 대표적인 구도심인 상당구 중앙동을 문화·예술 특성화 지역으로 단장하고 있다. 도심의 확대로 인해 주민들에게조차 외면받던 곳에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덧입혀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들까지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창원시에서는 옛 마산지역의 구도심인 마산합포구 창동이 2000년대 후반 각종 예술전시회와 거리공연이 열리는 문화예술특구로 탈바꿈해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글·사진=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
  • 이민정 '반가운 손인사'
  • 이즈나 정세비 '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