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물은 ‘물건의 소유자가 그 물건의 상용(常用)에 공(供)하기 위해 자기 소유인 다른 물건을 이에 부속’시킨 물건이다. 이에 종물이 되려면, 그 소유자가 주물의 소유자와 같아야 할 뿐만 아니라, 주물 자체의 일상적인 사용을 돕고, 부속이라고 할 만큼 장소적으로 가까운 관계에 있어야 한다. 나룻배와 노, 시계와 시곗줄이 좋은 예다. 판례에 따르면 백화점 건물 지하 기계실에 설치된 전화교환설비는 백화점 건물의 종물이고, 주유소의 주유기는 주유소 건물의 종물이다. 주물과 종물은 동산에 한하지 않으므로, 부동산도 종물이 될 수 있다. 공장 건물 옆에서 자재창고로 쓰는 건물이 그렇다. 그러나 호텔 객실에 설치된 텔레비전, 전화기, 드라이 크리닝기 등은 호텔 주인이나 이용객의 효용에 이바지할 수 있지만, 호텔 자체의 효용과 직접 관계 있는 것이 아니므로 호텔 건물의 종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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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
그러면 ‘처분에 따른다’는 말이 주물을 처분한 경우 당사자가 따로 약정하지 않았더라도 종물에 대한 소유권도 이전해 주기로 합의한 취지라고 해석하면 어떨까. 만약 공장건물을 소유자가 매도한 후 창고건물에 대해서는 따로 제3자에게 이전등기를 해주었다면, 제3자가 창고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해석에는 결정적인 걸림돌이 있다. 민법은 주물의 소유자가 자신의 물건을 부속시켜야 종물이 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런 뜻이라면, 주물의 소유자가 굳이 종물의 소유권까지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타인의 물건에 대한 매매도 유효하며, 매도인은 그 소유권을 취득해 이전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우리 민법의 확고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종물 규정은 부동산을 처분하는 경우 당사자 사이에서는 등기 없이도 양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하는 일본 민법에서 유래한다. 그러나 우리 민법은 부동산 처분의 당사자 사이에서도 등기를 요구한다. 따라서 종물 규정은 개정을 통해 그 뜻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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