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 문제는 2005년 8월 야당인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도 개선을 촉구했던 사안이다. 박 대표는 당시 “국정원이 쓰는 예산 중 불투명한 것이 많다”며 “베일에 싸여 있는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의 견제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각 부처에 국정원이 계상한 특수활동비들이 대표적인 불투명예산”이라며 개정안 마련을 당에 지시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국정원 예산을 ‘회색예산’으로 규정하고 제도 개선을 강하게 요구했다.
야당에서 여당으로 바뀐 새누리당(한나라당의 새 당명)은 표변했다. 최근의 특수활동비 논란이 국가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김영우 대변인은 30일 “국정원 등의 특수활동비는 비공개가 원칙”이라며 “그럼에도 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것은 우리의 엄중한 안보 상황을 무시한 매우 가벼운 처사”라고 반발했다.
특수활동비 개선을 외치는 새정치민주연합도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당시 집권여당 시절에는 개선에 소극적으로 대처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시절의 특수활동비가 대폭 증가한 바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새누리당 김성태 간사(오른쪽)와 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간사가 30일 국회에서 만나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 문제 등을 논의하기에 앞서 상의를 벗고 있다. 연합뉴스 |
◆특수활동비 개선안 처리 ‘제자리’
특수활동비 논란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지난 5월 ‘성완종 리스트’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다시 촉발됐다. 홍 지사는 한나라당 원내대표 겸 국회 운영위원장 시절 받은 특수활동비 중 일부를 생활비로 썼다고 밝혀 파장이 일었다. 이에 여야가 대책 마련 필요성에 공감했었다. 특히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5월 “특수활동비 사용을 전부 카드로 제한하면 해결된다”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정작 특수활동비 제도 개선안들은 국회에서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홍근 의원의 ‘국가재정법 개정안’(보안이 필요한 국정수행활동에 소요되는 경비를 총액으로 편성하되 사건수사비·안보활동비·정보수집비 등 특정 업무비를 명시), 이종걸 원내대표의 ‘윤리실천특별법안’(의원들의 특수활동비 내역을 국회의장에게 항목별로 제출하고 국민에게 공개) 등이 소관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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