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포격도발을 감행한 20일 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군 최고사령부 긴급보도를 통해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긴급소집한다며 “괴뢰군부 호전광들은 아군이 남측으로 포탄 한 발을 발사하였다는 있지도 않는 구실을 내대고 아군 민경 초소들을 목표로 36발의 포탄을 발사하는 분별없는 망동을 부리였다”고 비난했다. 북한군이 이날 오후 3시53분과 4시12분에 2차례 걸쳐 화력도발을 감행했다는 우리 합동참모본부의 발표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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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일 밤 평양 노동당 청사에서 긴급 소집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21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김 제1위원장은 회의에서 전선지대에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군 전선대연합부대들이 완전무장 상태에 돌입하도록 명령했다. 연합뉴스 |
노동당 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 개최는 박근혜 대통령이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직접 주재한 데 대응하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북한 내부적으로 남북 간 무력 충돌 위험이 고조되는 데 대한 명분과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대외적으로도 공식 회의체를 통해 내려진 결정에 따라 당·군·정 각 기구를 동원해 대남 입장 표명을 무더기로 쏟아내며 대남 압박 수위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노린 측면도 있어 보인다.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조치 발표에 반발하며 남북불가침 합의 전면 폐기 선언을 시작으로 ‘1호 전투 근무태세 돌입’→‘전시상황 돌입’ 선언까지 의도적으로 위기 조성 수위를 끌어올린 것과 마찬가지다.
북한은 이에 앞서 20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경기도 연천 지역에서 포격도발을 일으킨 뒤 ‘최후통첩’이라며 오후 5시 기준 48시간을 시한으로 못박고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행동 개시로 맞서겠다고 예고했다. 인민군 총참모부(우리의 합참에 해당)는 서해 군통신선을 통해 이러한 내용이 담긴 전화통지문을 국방부에,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비서는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같은 취지의 서한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앞으로 보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곧 ‘선전포고’라며 즉각 중단하라는 요구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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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23일 연평도에 북한군이 발사한 포탄 수십발이 떨어져 곳곳이 불타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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