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덕환의과학放談] 우리가 별을 보는 진짜 이유

관련이슈 이덕환의 과학放談

입력 : 2015-08-20 21:00:48 수정 : 2015-08-20 21:02:17

인쇄 메일 url 공유 - +

밤하늘의 별은 누구에게나 신비스럽고 매력적인 존재다. 반짝이는 별빛에서 가슴을 울리는 아름다운 꿈과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밤하늘에 소중한 전설이나 신화를 새겨두기도 했다. 그렇다고 우리가 언제나 서정적이고 감성적으로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애써 별을 보는 이유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거친 야생에서의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 농사를 짓기 시작했던 사람들에게 별은 파종할 시기를 알려주는 소중한 달력이었다. 해가 지는 방향에 떠있는 별들의 모습이 계절의 변화를 알려줬다. 고대의 천문도들은 대부분 그런 목적으로 그린 것이었고, 계절에 따른 별자리의 변화를 이용해 ‘책력’을 만드는 천문 기술은 강대국의 전유물이었다. 우리도 중국의 책력을 얻어오기 위해 해마다 엄청난 조공을 바쳐야만 했다. 망망대해를 건너던 대항해 시대의 선장들에게는 해와 달, 그리고 밤하늘의 별이 시계와 나침반 역할을 해줬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
밤하늘의 별은 통치의 수단이기도 했다.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국가 권력의 기반이었던 신화를 밤하늘에 새겨놓았다. 오늘날 국제천문연맹(IAU)이 사용하는 88개의 별자리 대부분은 그런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도 북극성이 황제를 상징하는 별이라고 여기고, 자신들의 세계관을 하늘에 펼쳐놓았다. 별똥별이나 혜성의 출현이나 별빛의 변화에서 국가와 개인의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했다.

천문 관측에 관심이 많았던 수메르 사람은 해와 달, 그리고 수성, 금성, 화성, 목성, 토성에 주목했다. 초저녁에 동쪽에서 함께 떠올라 새벽에 서쪽으로 함께 지는 다른 별과는 확실하게 구별되는 7개 별의 움직임에 천지만물의 운행 법칙이 담겨 있다고 믿었다. 동양의 철학과 윤리의 기반이었던 음양오행설과 기독교 전통에 남아있는 7주기설이 모두 수메르의 천문기술이 남겨준 것이다. 특별한 7개 별의 유별난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천문기술이 선진국의 상징이었다.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통해 별을 보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별을 보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지난 400년 동안 우리가 별과 우주에 대해 알아낸 사실은 놀라운 것이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아냈고, 맨눈으로 볼 수 있는 5개 행성을 포함한 8000개의 별이 우주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지상 550㎞의 우주 궤도에 올려놓은 허블 우주망원경이 지난 25년 동안 우리에게 알려준 별과 우주의 이야기는 더욱 놀라웠다. 우주는 그저 광활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137억9800만년 전 크기를 알 수도 없을 정도로 작은 특이점에서 일어난 대폭발(빅뱅)에서 시작된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다. 반짝이는 별이 태어나고, 모이고, 흩어지고, 결국에는 죽어가는 놀라운 일이 끊임없이 계속되면서 점점 더 빠른 속도로 팽창되고 있는 곳이다.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도 있고,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이 가득 채워진 곳이다. 그리고 그런 모든 일이 일어나는 근원적인 이유를 알아내고 싶어 하는 기묘한 인간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샤오팅 '완벽한 미모'
  • 이성경 '심쿵'
  • 전지현 '매력적인 미소'
  • 박규영 ‘반가운 손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