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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마저 포기한 7포세대·N포세대… 청년의 힘겨운 삶 그린 블랙코미디

입력 : 2015-08-12 21:19:26 수정 : 2015-08-12 21: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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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국진 감독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2011년 처음 등장한 신조어 ‘3포 세대’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취업난,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물가 때문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에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 포기가 추가되면서 ‘5포 세대’란 말이 나오더니, 급기야 희망과 꿈마저 놓아야하는 ‘7포 세대’, ‘N포 세대’라는 용어까지 잇따라 등장하며 힘들어지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대변하고 있다.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사진)는 이러한 청년층의 어려운 현실을 블랙코미디 형식을 통해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영화 속 주인공 수남(이정현)은 한국 사회의 ‘웃픈’ 현실에 통쾌한 반란을 선포한다. 수남의 통쾌한 복수는 관객들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준다.

엘리트의 삶을 꿈꾸던 여고생 수남은 타고난 손재주로 14개에 이르는 자격증을 취득한다. 그러나 이내 등장한 컴퓨터 때문에 대부분의 일자리가 대체되면서 간신히 공장에 취직한 수남은 거기서 만난 장애우 남자와 결혼한다. 하지만 순수한 사랑으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 부부에겐 비합리적이고 냉혹하다 못해 잔인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남편의 병간호와 평생소원인 내 집 마련을 위해 수남은 닥치는 대로 신문 배달, 청소, 식당 보조 등의 일을 하며 투잡, 스리잡을 능가하는 ‘多잡녀’가 된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데도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은 치솟는 물가와 나날이 쌓여가는 빚뿐이다. 마침내 수남이 ‘살인적인 노동’을 통해 익혀온 신문 접어 던지기, 명함날리기 등의 기술은 ‘살인 재능’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노동의 대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순수하고 착한 수남의 ‘의도하지 않은 복수’가 펼쳐진다.

올해 4월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장편과정 출신의 안국진 감독은 이 영화로 걸출한 신진 감독의 탄생을 알렸다. 안 감독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감각적인 연출로 풀어낸 단편 ‘더블 클러치’(2011)로 앞서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 단편부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배우 겸 가수 이정현이 1996년 장선우 감독의 ‘꽃잎’ 이후 두 번째 원톱 주연을 맡았다. 총제작비가 3억원에 불과한 독립영화지만, 기발하고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과감한 특수분장, 컴퓨터그래픽(CG)을 구현하면서 평균 50억원 이상을 쓰는 웬만한 상업영화 보다 더 나은 작품으로 거듭났다.

김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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