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둥근 몸통에 붙은 다리를 떼내면 황금빛 튀김 가루가 떨어지고 뽀얀 살코기가 껍질 밖으로 튀어나온다. 한 입에 넣기 벅찬 닭다리를 양껏 물어 뜯으면 닭고기 살결마다 밴 육즙이 입안을 가득 메운다. 치킨이 아니라 통닭이다. 치킨과 다른 비주얼과 맛은 ‘옛날통닭’이 가장 트렌디한 음식으로 떠오르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놀부는 최근 ‘놀부옛날통닭’ 가맹사업을 본격화 했다. 놀부옛날통닭은 침지 방식으로 만든 숙성육계를 가마솥에서 튀겨낸 옛날통닭을 주력으로 삼아 치킨 시장에 뛰어들었다. 공식 론칭을 알린지 한 달 여 만에 지난 3일부터 진행된 대구창업박람회에 참석해 가맹점주 잡기에 나섰다.
치킨업체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 1위 브랜드인 BBQ부터 론칭 3년 차인 또봉이통닭까지 모두 ‘옛날 그 맛’을 강조하며 통닭을 만들어 낸다. 이들은 하나 같이 ‘옛 맛’을 강조한다. 닭강정 프랜차이즈 꿀닭이 내놓은 ‘옛날통닭’은 포장지까지 노루지 형태의 종이 봉투로 내놓는다. 옛날 아버지들이 퇴근길에 집에 들어오면서 손에 쥐고 들어왔었던 추억을 되살린다는 전략이다.
BBQ의 통닭 메뉴를 알리는 카피는 ‘그때 그 시절, 기억하세요?’ 당신의 입이 기억하는 진짜 옛날통닭’이다. 향수를 자극하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맛을 이야기하며 소비자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이다.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BBQ 옛날통닭의 경우 출시 2주 만에 8만 5000여 마리가 팔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해당 업체의 실질적 주요 고객층이 1020 세대인 것을 감안하면 옛날통닭을 추억의 음식으로 삼지 않는 세대에게도 옛날통닭의 인기를 입증한 셈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원조 브랜드에도 불을 지폈다. 1977년부터 39년 째 옛날통닭을 만들어 와 ‘서울 3대 치킨’ 중 하나로도 꼽히는 오늘통닭은 끊임없이 몰려드는 고객에 가맹점을 확장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오늘통닭은 불황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로 한바탕 난리를 겪었던 올 2분기에도 서울 목동부터 경북 경주까지 전국에 걸쳐 10군데의 오늘통닭 가맹점을 오픈했다.
오늘통닭은 국내산 신선육계를 국내산 천일염과 각종 채소로 만든 염지수에 숙성시키고 이를 특제 파우더에 묻혀 채종유에 튀겨낸다. 1977년 오늘통닭 창업주인 손영순 대표가 서울 수유동에서 오늘통닭 본점을 운영하며 만들어낸 이 레시피는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이렇게 해야 닭고기 고유의 육즙이 손상되지 않아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살은 촉촉한 통닭을 만들 수 있다는 이유다. 이 같은 특징은 30년 이상 된 수많은 단골고객이 가족을 데리고 꾸준히 가게를 찾는 이유가 되며, 전국 각지에 가맹점을 퍼트릴 수 있었던 이유로도 확장된다.
이 같은 사례에서 옛날통닭의 인기 이유를 지레 짐작이나마 해볼 수 있다. 3040세대에게는 옛 추억의 맛으로, 1020대에게는 흥미로운 맛과 비주얼로 인기몰이를 한 것이다.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 같은 복고아이템인 옛날통닭. 단순히 향수를 자극하는 일을 넘어 혀를 만족시키는 일은 롱런 브랜드를 탄생시키는 힘이 되기도 하고 틈새 시장을 공략하는 좋은 창업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
뉴스팀 f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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