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대리 사과 서비스까지 등장한 모양입니다. 연인이나 친구 간에 관계가 틀어졌다고 칩시다. 직접 사과하기가 껄끄럽다면 텐진사과회사에 연락하면 됩니다. ‘당신 대신 사과드립니다!’ 이 회사가 내건 캐치프레이즈입니다. 인생 경험이 풍부한 중년 신사, 뛰어난 언변을 갖춘 변호사 등 고급 인력을 확보해두고 있다고 합니다.
돈은 우리나라에서도 막강한 힘을 과시합니다. 일당 5억원짜리 ‘황제노역’이 등장한 것이 불과 엊그제 일이 아닌가요. 인사혁신처가 연수교육 중인 행정고시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설문조사를 했더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힘은 돈이다’라는 항목에 ‘그렇다’고 응답한 사람이 82.9%에 달했습니다. 예비 사무관조차 금력이 지배하는 사회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죠. 우리 사회의 씁쓸한 풍속도입니다.
아무리 황금만능시대라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돈으로 집은 살 수 있지만 가정은 살 수가 없죠. 침대는 살 수 있어도 잠은 살 수 없습니다. 약은 살 수 있지만 건강은 살 수 없고, 돈으로 쾌락은 즐길 수 있지만 행복은 살 수 없어요. 1억원짜리 시계는 살 수 있어도 시간은 결코 살 수 없습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는 데 쓰는 단 1초도 돈으로 살 수 없답니다. 진짜 가치 있는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어요. 왜냐하면 삶에서 소중한 것들은 값으로 따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마음 역시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만약 부부싸움으로 화가 난 당신에게 비싼 값으로 고용한 사람이 와서 대신 사과한다면 당신 마음이 눈 녹듯 풀릴까요? 십중팔구 ‘2차대전’이 터지고 말 것입니다. 세상에는 가격표를 붙일 수 없는 게 아직도 참 많습니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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