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황은 어느 날 ‘고분(孤憤)’과 ‘오두(五?)’라는 글을 읽고 큰 감명을 받는다. 고분은 지도자가 지혜롭게 충신과 간신을 가려 해악을 피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내용이다. 오두는 다섯 좀벌레란 뜻으로 지난 과거에만 매달려 있는 자, 무용지물의 학설을 제창하는 학자, 법을 지키지 않는 자, 임금의 측근에서 사사로이 권력을 휘두르는 관리, 농부의 이익을 가로채 제 뱃속만 채우는 상공업자를 지칭한다.
진시황은 이렇게 탄식했다. “이 글을 쓴 이와 만나 사귈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바로 한비자였다. 진시황은 그를 얻기 위해 한(韓)나라로 쳐들어갔고, 드디어 기원전 233년 한비자를 만났다. 그러나 진시황의 최측근 이사는 영특한 동창생 한비자의 등장에 긴장, 한비자를 모략해 자결하게 만들었다. 후에 진시황은 후회하면서 한비자를 사면해주려 했지만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사면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이번에 사면을 받을 이들은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 개과천선해 공익을 위한 일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일반 국민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는다. ‘직언결(直言訣)’에는 “자신의 허물을 듣고도 고치지 않음은 마치 바보가 말을 모는 것과 같다. 말은 이유 없이 채찍을 맞게 되고 그럴수록 어리석은 사람은 헐뜯음을 듣게 돼 종국에는 말을 몰지 못하게 되는 이치와 같다(聞過不改 愚者若駕馬也 駕馬自受鞭策 愚人終受毁唾 而不漸其駕也)”고 경책하고 있다. ‘논어’도 “잘못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過而不改 是謂過矣)”고 가르쳤다.
황종택 녹명문화연구소장
當名惠慈恩 : ‘명분이 맞으면 은혜를 베푼다’는 뜻.
當 마땅 당, 名 명분 명, 惠 베풀 혜, 慈 사랑 자, 恩 은혜 은
當 마땅 당, 名 명분 명, 惠 베풀 혜, 慈 사랑 자, 恩 은혜 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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