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김모(46)씨는 매주 주말이면 강원도 캠핑장에 간다. 김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불장난을 지켜보고 고기구워 주고 다음날 라면을 먹고 오는 코스가 전부인데, 자연 속에서 아이들과 무슨 놀이를 하고 어떤 이야기를 해주면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들을 데리고 막연히 자연을 찾고 있지만, 독일과 영국, 일본 등에서는 아예 체계적인 숲체험 교육이 널리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자연 속에서 숲 활동은 관찰력과 자기주관성, 발표력, 사고력, 문제 해결력, 창의성을 키워 줄 수 있는 훌륭한 야외교육 한 방식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자연 속에서 어떤 교육이 이뤄질 수 있을지, 효과는 어떨지, 내 아이와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은 무엇이 있는지, 주의해야 할 점은 없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숲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유아교육센터 이성숙 대표의 경험담과 조언을 연재한다.
자연 속에서 놀이는 자녀의 관찰력과 자기주관성, 발표력, 사고력, 문제해결력, 창의성을 키워줄 수 있는 훌륭한 교육이 될 수 있다. 사진은 도시의 어린이들이 자연을 찾아 직접 감자캐기 체험을 하는 모습. 자연아이 제공 |
요즘 유아교육자들 사이에서는 숲 활동이 뜨거운 관심사다. 부모들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숲 활동을 한다고 하면 일단 호감을 갖는다. 필자도 10여년 전부터 아이들과 숲 활동을 할 수 있을 만한 자연을 찾던 끝에 경기도 여주에 터를 잡았다. 10여년간 농사를 짓고 언젠가 아이들이 이 자연 속에서 뛰어놀 것을 상상하며 열심히 자연을 가꾸었고, 한 달에 두 번 여주의 자연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왜 어른들은 아이들의 숲 활동에 대해 호감을 갖는 것일까? 아마도 자연 속에서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 어린 시절의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어논다는 것은 자연 속에서 놀이를 하는 것이다. 그 놀이는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배우고 성장
놀이이론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공통적인 견해는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배우고 성장한다는 것이다. 아니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고 본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숲은 가장 좋은 놀이터가 된다. 감자를 심어 보는 놀이, 감자를 캐 보는 놀이, 상추를 따는 놀이, 풀을 뽑아 보는 놀이, 기어가는 개미를 관찰하는 놀이, 연못의 올챙이를 관찰하는 놀이, 올챙이 키우기 놀이, 방아깨비 잡기 놀이, 달팽이 키우기 놀이. 나무에 물 주는 놀이 등 자연 속에는 놀이가 무궁무진하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감자에 싹이 나고 잎이 나서 꽃이 피는 동안 물을 주고 풀을 뽑아주고 감자를 캐 보는 놀이를 하는 아이들은 식물의 성장을 관찰하게 된다. 상추밭에서 발견한 달팽이를 손에 올려 그 느낌을 경험하고, 달팽이가 기어다니는 것을 보면서 생명체의 신비함을 느끼기도 한다. 달팽이가 상추잎을 먹는 것을 관찰해 본 아이가 달팽이에 대한 책을 읽게 되면 더 흥미진진하게 읽게 될 것이며 책 속의 내용은 이 아이에게는 살아 있는 지식이 된다.
흙놀이는 흙을 파서 담고 쏟아붓는 연습을 하는 것이며, 흙에 물을 퍼 나르고 붓는 놀이는 물을 퍼나르는 연습이자 물을 쏟아붓는 연습이기도 하다. 자연에서 아이들은 스스로가 놀이를 찾을 수 있고 스스로 찾은 놀이는 항상 흥미롭다. 자발성은 놀이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게임에 빠진 도시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숲 활동
그렇다면 문명이 발달된 편리한 도시의 아이들에게는 어떤 놀이가 가능할까? 시원한 에어컨이 가동되는 아파트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놀이는 무엇일까? 부모가 사준 장난감은 대부분 바라보는 대상이지 조작적 놀이가 가능하지 않다.
도시의 장난감은 화려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조작해보고 실험하거나 연구해 볼 수 있는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나마 조작해볼 수 있는 블록 등의 몇몇 놀이감도 변화무쌍한 상황을 만들어내지는 않는다. 그래서 잠깐 사랑 땜을 하고 나면 장난감도 심심하기 짝이 없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는 자신들의 조작적 행위의 결과가 게임의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게임도 아이들에게는 일종의 성취감을 주고 기쁨을 주지만 게임을 통해서 아이들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발달이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소근육, 대근육이 발달되는 것도 아니고, 언어 표현이 발달되지도 않고, 친구와 잘 지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편협하고 작은 쾌락적 기쁨에 빠져들게 되면 아이들은 생각하고 움직이지 않아도 쉽게 얻을 수 있는 기쁨에 점점 더 의존적이 되어간다.
◆부모의 시각 바꾸기
도시의 어린이들도 할 수 있는 좋은 놀이는 모래놀이, 물놀이, 찰흙놀이, 놀이기구를 타고 노는 놀이, 물감놀이들이 있다. 그러나 그런 놀이를 마련해 주는 부모는 얼마나 될까? 아이들 옷에 흙이 묻으면 기겁을 한다. 옷에 물감을 묻더라도 마음껏 그려볼 수 있는 놀이를 마련해 주는 부모는 얼마나 될까?
어른들이 숲 활동에 호감을 갖는 이유는 어쩌면 본능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만나게 해주면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놀면서 배우고 커나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여주에서 온 편지〉에서 유아기의 아이들은 어떻게 놀아야 하는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부모는 내 아이에 대해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성숙 자연아이(여주)·한국유아교육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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