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물음에 가슴이 철렁 한다. 남자는 "글쎄? 기억 안 나는데?"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넘겨보지만, 이미 머릿속에선 수많은 풍경들이 스쳐 지나간다. 남자는 생각한다. 도대체 첫사랑이 누구지. 첫 연애의 주인공? 혹은 짜릿했던 첫 키스의 상대? 아님 내 추억 속 지분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그녀?
사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하지만 글자는 사랑의 감정을 모두 담지 못한다. 첫사랑을 기억하는 사람의 수만큼 사랑은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대다수가 갖고 있다. 누군가는 첫사랑을 아련하고 풋풋하게 기억하고, 누군가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치를 떨고, 눈 맞으며 두 시간을 밖에서 기다렸다고 무용담처럼 한참 늘어놓는다. 각기 다른 '추억의 방울방울'이지만 잊히지는 않는다.

영화 속에서도 이뤄지지 않는 첫사랑, 그만큼 첫사랑이 이뤄졌다는 로맨틱한 얘기는 흔치 않다. 첫사랑을 이루기 위해 나뭇잎을 하나하나 뜯어보기도 하고, 떨어지는 꽃잎을 잡아보는 등 허튼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배우 차태현은 첫사랑과의 13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해 화제가 됐다. 차태현은 "아내는 내 인생 유일한 여자"라며 애정을 과시해 뭇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첫사랑과 현재 함께 하고 있든 아니든 '첫'이라는 수식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사내들 술자리에서의 안주거리, 노래에 담긴 그녀와의 추억, 우연히 길을 걷다 마주친 추억의 장소. 이 모든 것에서 부터 첫사랑의 기억이 소환된다.
그렇다고 '남자는 첫사랑 여자는 끝 사랑'이란 공식으로 서로를 단정 짓기엔 무리다. 지난해 2월 결혼정보업체가 미혼남성 2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첫사랑과의 재회 혹은 결혼이 가능하다면?'이라는 질문에 '첫사랑에 대한 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답다(51%)',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선택일 것 같다(30%)'고 대답해 '첫사랑=남자가 품은 판도라의 상자'라는 통설을 깼다. 첫사랑은 남자에게 돌아갈 곳이 아닌, 그저 언제고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상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라이프팀 장유진 기자 jangyj04@segye.com
<남성뉴스>남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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