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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본 남자의 첫사랑 이야기

입력 : 2015-07-20 13:50:08 수정 : 2015-07-20 16: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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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플립(Flipped), 건축학개론
"첫사랑이 누구야?"

아내의 물음에 가슴이 철렁 한다. 남자는 "글쎄? 기억 안 나는데?"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넘겨보지만, 이미 머릿속에선 수많은 풍경들이 스쳐 지나간다. 남자는 생각한다. 도대체 첫사랑이 누구지. 첫 연애의 주인공? 혹은 짜릿했던 첫 키스의 상대? 아님 내 추억 속 지분을 가장 많이 차지하고 있는 그녀?

사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하지만 글자는 사랑의 감정을 모두 담지 못한다. 첫사랑을 기억하는 사람의 수만큼 사랑은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영화 '플립(Flipped·감독 롭 라이너)'은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법한 10대의 풋사랑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13살 여주인공 줄리(매들린 캐롤)는 첫눈에 사랑에 빠져 6년간의 지속적인 구애 끝에 브라이스(캘런 맥오리피)의 마음을 얻어냈다. 영화 초반의 브라이스는 누군가의 첫사랑이자 짝사랑 상대였다. 처음엔 줄리를 '이상한 아이'라 생각해 도망 다녔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야 "어떻게, 그 누가 줄리로부터 도망가고 싶어 할까"라며 그녀에게 마음을 연다. 10대인 두 주인공의 풋풋한 '꽁냥질'을 보면 순수함을 느낄 수 있고,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지" 하며 미소 짓게 된다.

'내가 처음으로 사랑한 사람'에 대한 기억은 대다수가 갖고 있다. 누군가는 첫사랑을 아련하고 풋풋하게 기억하고, 누군가는 사랑이라는 단어에 치를 떨고, 눈 맞으며 두 시간을 밖에서 기다렸다고 무용담처럼 한참 늘어놓는다. 각기 다른 '추억의 방울방울'이지만 잊히지는 않는다.
대표적인 첫사랑 기억 소환 영화 '건축학개론 (감독 이용주)'은 숫기가 없어 첫사랑 서연(수지·한가인)을 짝사랑만 하다 끝난 스무살 승민(이제훈·엄태웅)이 15년 흐른 뒤 서연을 다시 만나게 됐지만 결국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에게나 첫사랑은 다르게 기억된다. 하지만 승민은 시간이 흐른 뒤 첫사랑을 재회할 수 있었고, 그에게 첫사랑이 'X년'에서 추억을 공유한 아련한 상대로 바뀔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영화 속에서도 이뤄지지 않는 첫사랑, 그만큼 첫사랑이 이뤄졌다는 로맨틱한 얘기는 흔치 않다. 첫사랑을 이루기 위해 나뭇잎을 하나하나 뜯어보기도 하고, 떨어지는 꽃잎을 잡아보는 등 허튼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배우 차태현은 첫사랑과의 13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해 화제가 됐다. 차태현은 "아내는 내 인생 유일한 여자"라며 애정을 과시해 뭇 남자들은 물론 여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첫사랑과 현재 함께 하고 있든 아니든 '첫'이라는 수식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특별하다. 사내들 술자리에서의 안주거리, 노래에 담긴 그녀와의 추억, 우연히 길을 걷다 마주친 추억의 장소. 이 모든 것에서 부터 첫사랑의 기억이 소환된다.

그렇다고 '남자는 첫사랑 여자는 끝 사랑'이란 공식으로 서로를 단정 짓기엔 무리다. 지난해 2월 결혼정보업체가 미혼남성 22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첫사랑과의 재회 혹은 결혼이 가능하다면?'이라는 질문에 '첫사랑에 대한 추억은 추억일 때 아름답다(51%)',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선택일 것 같다(30%)'고 대답해 '첫사랑=남자가 품은 판도라의 상자'라는 통설을 깼다. 첫사랑은 남자에게 돌아갈 곳이 아닌, 그저 언제고 꺼내 볼 수 있는 추억상자일 뿐이라는 것이다.

라이프팀 장유진 기자 jangyj04@segye.com

<남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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