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즉위 후 6개월 동안 살만 국왕의 왕권은 공고하게 유지됐다. 왕실 내 ‘수다이리 혈족’이 전임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국왕의 흔적을 지우고 권력을 집중하는 데 성공하면서다.
살만 국왕은 ‘수다이리 7형제’ 중 한 명이다. 수다이리 7형제는 초대 국왕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의 8번째 부인 훗사 빈트 아흐메드 알 수다이리가 낳은 아들들을 일컫는 말로, 2명의 국왕을 배출한 사우디 왕실의 실세다.
수다이리 혈족의 권력 집중은 전광석화처럼 일어났다. 지난 4월 살만 국왕의 이복동생인 무크린 빈 압둘아지즈 왕세제가 전격 폐위됐다. 이례적인 일이다. 살만 국왕은 대신 조카인 무함마드 빈 나예프와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을 각각 왕세자와 부왕세자로 임명했다. 둘 다 수다이리의 친손자들이다. 현직 국왕과 왕위 계승 서열 1, 2위가 모두 수다이리 혈통으로 채워진 셈이다.
수다이리 핏줄이 아닌 전임 압둘라, 파이잘 국왕 등의 자손들은 주요 직위를 내놔야 했다. 건강상 문제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40년간 외무장관을 맡아 온 사우드 알 파이잘 왕자가 4월 개각에서 물러났고, 그의 형인 칼리드 알 파이잘 왕자도 1월에 이미 교육장관 자리를 내놨다. 외무장관과 정보국장에는 사상 처음으로 사우디 왕실 외부 인사가 임명됐다. 이는 외교안보, 정보 분야의 전문화를 위한 시도로 볼 수도 있지만, 주요 정책 결정권은 여전히 왕실이 꽉 틀어쥐고 있다.
살만 국왕은 한편 사형 집행 등을 통한 ‘공포 정치’로 사회 불만 세력의 활동을 억누르고 있다. 사우디는 지난달 16일 올해 들어 100번째 사형을 집행했는데, 이는 지난해 기록(90건)을 이미 넘어선 것이라고 국제앰네스티는 밝혔다.
한 블로거는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1000대의 채찍형이 확정되기도 했다. 미 인터넷 매체 데일리비스트는 “리더십 과도기인 데다 주변 정세가 불안정해 지하디즘, 혁명, 반란 등에 대한 내부적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사우디가 경찰국가화하는 것은 테러리즘과 저항세력에 대해 관용을 베풀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짚었다.
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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