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부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 '노트북(감독 닉 카사베츠)'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기에 더욱 관객들의 가슴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17살 첫눈에 반했던 노아(라이언 고슬링)와 앨리(레이첼 맥아덤즈)는 집안의 반대와 군 입대로 헤어진다. 그로부터 7년 뒤 결혼을 앞둔 엘리는 우연히 듣게 된 노아의 소식에 고향으로 돌아와 노아를 만난다.
호수 위 보트에 오른 두 사람. 오랜만의 낯섦과 반가움의 감정이 흐르고 내리는 빗속에서의 애절한 키스는 두 주인공이 오랫동안 품어왔던 첫사랑에 대한 복잡 미묘한 감정을 나타내기 충분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퍼붓는 장대비는 감정을 고조시키기 적절했다. 이 장면이 많은 관객들에게 명장면으로 꼽히는 이유일 것이다. '내 첫사랑은…' 하며 영화를 통해 첫사랑의 기억을 곱씹어 보는 사람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연애를 하면서 '과연 우리는 지금 얼마나 뜨거운 연애를 하고 있는 걸까?'하는 의구심을 품어 본 경험이 있다 말한다. 사내커플 장영(김민희)과 이동희(이민기) 또한 서로에 대한 감정을 의심하는 과정에 놓였다. 그들은 한 번의 이별을 겪고 다시 사귄다. 영화의 엔딩으로 가면서 비가 내리는 놀이동산 장면이 등장한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거듭 거론되는 명대사들이 탄생해 유명한 장면. "나를 사랑하긴 했니?"라고 말하며 여자는 우산도 놓은 채 주저앉아 운다. 그리고 두 주인공 머리 위로 비가 세차게 떨어진다.
헤어졌지만 남은 미련과 애정으로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그렇게 다시 헤어지게 된다. 연애의 온도가 다 식어버린 주인공은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걷는다. 영화에 비춰진 두 연애의 기간에 대한 온도는 달랐다. 뜨겁게 불같이 사랑하다 회사 동료들 앞에서 죽일 듯 싸우며 진흙탕을 함께 뒹굴기도 하고, 이기적인 감정에 취해 상대방 마음을 할퀴어 시리게 만든다. 이처럼 흔히 주변에서 있을 볼 법한 또 겪을 법한 이야기들을 다뤘기에 '연애의 온도(감독 노덕)'를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는 '현실적인 연애 영화'라는 키워드가 함께 나오는 게 당연한 듯 보인다.
장맛비로 인연이 된 두 남녀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한 멜로 애니메이션. 감독의 이전 작품인 ▲초속 5센티미터 ▲별을 쫓는 아이는 사실적인 작화와 섬세한 빛의 묘사로 당시 한국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언어의 정원(감독 신카이 마코토)'에서도 그랬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문득 비 내리는 공원 벤치에 앉아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언어의 정원'에선 러닝타임 46분전반에 걸쳐 비가 내린다. 영화 속 비는 청아한 소리로 내리기도하고, 뭇매를 치듯 세차게 내리기도 한다. 6월부터 9월까지의 시간을 명시해 주며 그때그때 비의 의미가 달라진다. 만남을 성사시킨 매개물로써의 비, 점점 마음을 알아가고, 9월의 장대비는 서로에 대한 마음을 심도 있는 교감으로 이뤄낼 수 있게 도왔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을 엮어주는 일본 고전 시 '만엽집'의 시구는 이 영화의 제목을 탄생시킨 배경일 듯싶다.
영화 속에서 비가 내리는 것이 주인공 소년에게는 나무가 자라듯 성장하게 만드는 생명력을, 주인공 여인에게는 몸과 마음을 치유해 주는 역할을 했듯, 보는 이로 하여금 누군가는 힐링을 누군가는 희망을 갖게 해주는 영화로 남을 것이다.
천둥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구름이 끼고, 혹시 비라도 오지 않을까. 그렇다면 당신을 붙잡을 수 있을 텐데-만엽집 2513번
천둥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고 비가 오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이 붙잡아준다면 저는 여기 머물겠어요-만엽집 2514번
라이프팀 장유진 기자 jangyj04@segye.com
<남성뉴스>남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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