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우 탓하기 전에 뜻 모아 나라 힘 길러야
政爭에 눈먼 흑하사변 돌아보고
‘아베 헛소리’ 반성 계기 삼아야 일본은 작은 나라가 아니다. 어느 모로 보나 그렇다.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인구는 2.5배, 국민총소득(GNI)은 4.5배에 이른다. 군비는 2011년 704억9500만달러로 2.66배에 달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통계가 그렇다.
그런 일본을 유독 우리나라 사람은 대단하게 보려 하지 않는다. 아마 일본인은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한국인에게 무시당할 나라인가.”
왜 일본을 그렇게 바라볼까. 과거의 기억 때문이다. 수백년 전만해도 일본은 조선에서 성리학을, 대장경을 구했다. 조선 성종 때다. 일왕은 사신을 보내 “대장경을 나눠줄 수 없느냐”고 했다. 한두 번이 아니다. 마침내 성종은 이런 말을 했다. “줘 버리는 게 어떻겠느냐.” 83세의 영의정 정창손의 대답, “전하께서 부처를 좋아하지 않으시니, 이단의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보전(寶典)이 못 되옵니다. 하지만 대장경 수량이 많지 않으니, 권사(權辭)로 허락하지 않는 것이 어떠하겠사옵니까.” 권사란 둘러대는 말이다. 노신의 지혜가 엿보인다.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잡혀간 의병장 강항(姜沆). 그는 후지와라 세이카(藤原惺窩)에게 성리학을 가르쳤다. 일본 근세 유학은 바로 후지와라로부터 비롯된다. 일본을 ‘대국’으로 선뜻 인정하고 싶겠는가.
일본인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볼까. 35년 식민지배, 이어 터진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반쪽 나라’. 대단한 나라로 보기 힘들다. 수백년 전의 기억을 더듬어 얕잡아 보는 판에 백년도 못 된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일본이 우리나라를 문화대국으로 대접할 리 만무하다. 고생 끝에 일궈낸 ‘한강의 기적’, 이제 일본과 수치를 비교할 만하니 “무시 말라”고 해야 할까. 일본은 기술대국이다.
아베 신조 총리. 왜 그리도 고집스럽게 식민지배와 일본군위안부 강제 동원을 사죄하려 하지 않을까. 그의 역사관은 분명 비뚤어져 있다. 하지만 하나를 더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프랑스, 영국과 같은 국력을 지녀도, 유대인과 같은 영향력을 갖고 있어도 그런 오만방자한 태도를 취할까.
광복 70년, 한·일수교 50년. 일본을 향해 “역사를 반성하라”고 성토한다. 하지만 정작 깊은 반성을 해야 할 쪽은 우리가 아닐까. 힘은 키우지 못하고 온 나라에 싸움만 들끓고 있으니. 정쟁(政爭)과 이념 갈등으로 힘을 키울 수는 없는 법이다.
강호원 논설위원 |
참담하다. 독립군가를 목이 터지라 부르며 만주를 누볐을 우리의 할아버지들. 절망하지 않았겠는가. 만주에서 독립군 전쟁이 시들해진 것은 일본군의 조선인 학살 때문인가, 흑하사변 때문인가. 일제 식민지배가 35년이나 이어진 것은 민족정신이 부족했기 때문인가, 못난 지도자 때문인가.
“무엇을 반성하느냐”는 아베 총리. 이 나라 지도자들이 하는 행태를 보며 하는 소리는 아닐까. 아베 총리만 손가락질할 건가. 더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 사람은 무실역행(務實力行)과 담쌓은 이 나라 지도자들 아닐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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