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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주가 요동… 지배구조 개편 '먹구름'

입력 : 2015-06-24 20:27:20 수정 : 2015-06-25 09: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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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SK C&C·SK합병 반대 결정에 삼성물산 오르고·제일모직 내려…국민연금 “SK합병 주주가치 훼손”
국민연금이 SK C&C와 SK의 합병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24일 결정했다. 국민연금기금 주식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이날 양사 합병에 반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사에 반갑잖은 소식인데, 정작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옆집’이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물산은 4% 넘게 급등하고 제일모직은 4% 가까이 급락했다. 비보가 날아든 SK 관련주는 오히려 덤덤했다. SK가 0.51%, SK C&C가 2% 하락했을 뿐이다. SK는 지분 구조로 볼 때 국민연금이 반대해도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 주가가 요동친 것은 SK 사례가 ‘예고편’일 수 있다는 시장의 인식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당수 시장참여자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안에 대해서도 국민연금이 반대 입장에 설 가능성을 주목하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0.15%를 쥐고 있어 논란에 휩싸인 합병안에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게 된다. SK와 달리 국민연금이 반대한다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무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 합병, 주주가치 훼손 우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가 합병 반대를 결정한 이유는 “주주가치 훼손 우려”다. 위원회는 “합병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하나 합병 비율, 자사주 소각 시점 등을 고려할 때 SK의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반대 의사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SK의 지분 7.1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SK C&C와 SK는 지난 4월 1대 0.73의 비율로 합병을 결정했다. 시장에서는 합병비율이 최태원 회장 일가 지분이 높은 SK C&C에 유리하게 산정됐다는 지적이 일었다. 국민연금의 이날 결정은 이 같은 지적을 수용한 결과로 보인다.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보건복지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밑에 설치된 위원회다.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판단하기 곤란한 사안을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장인 김성민 한양대 교수를 비롯해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 강정민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 오정근 아시아경제학회장 등 정부·사용자·근로자·지역가입자·연구기관 추천 위원 9명으로 구성된다.

SK 합병이 물 건너간 것은 아니다. SK지분구조를 보면 국민연금 지분은 7%대인데 최 회장 등 총수 일가 지분이 31.87%에 달한다. SK C&C는 총수 일가 지분이 43.45%로 더 높다. SK는 “국민연금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한다”면서도 “세계적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와 국내 자문기구인 기업지배구조원이 찬성 의견을 냈고 대다수 주주들도 찬성 입장을 표명하는 가운데 나온 점에 대해 다소 아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합병 반대, 삼성으로 이어지나

합병 논란의 이유는 SK와 삼성이 다르지 않다. 오너에게 유리하게 합병비율이 산정되면서 한쪽의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똑같다. SK와 다른 점은 국민연금이 반대하면 합병이 무산된다는 점이다. 삼성의 우호지분은 삼성가 13.8%와 KCC 지분 5.96%를 합한 19.8%다. 여기에 국내 기관투자자 지분 8.58%가 모두 삼성편을 든다 해도 28.38%에 그친다. 합병 반대 깃발을 치켜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지분이 7.12%이고 나머지 외국인(26.91%)과 소액주주(25.43%)가 엘리엇 편에 설 경우 국민연금 도움 없이는 합병이 어렵다. 합병안은 ‘주주총회 참석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찬성’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충족해야 가결된다.

국민연금이 SK 건과는 다르게 판단할 가능성도 작지 않다. 국민연금은 제일모직 지분도 5%(추정치)가량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임원은 “제일모직과의 합병은 사업시너지 효과로 기업경쟁력을 높이려는 합병으로 SK 경우와는 목적도 성격도 다르다”고 말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지분 중 상당수는 행동주의 활동에 소극적인 패시브(수동적) 펀드”라며 “다수 외국인 주주가 엘리엇 의견에 동조할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수요사장협의회 전 기자들과 만나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상 명문화된 규정으로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윤 사장은 또 ISS에 의견을 잘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당위성을 충분히 설명했다. 공정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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