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김영수의건축이야기] ‘건축거장’ 라이트와 자연친화적 건축

관련이슈 김영수의 건축이야기

입력 : 2015-06-16 22:38:11 수정 : 2015-06-16 22:38:11

인쇄 메일 url 공유 - +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을 디자인한 미국의 건축사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르 코르뷔지에, 미스 반데어 로에와 더불어 근대건축의 세계 3대 거장으로 꼽힌다. 라이트는 70년 넘게 현역으로 활동하며 총 1141개의 건축물을 디자인했고, 실제로 지어진 것이 532개, 현재 남아 있는 것이 409개에 이른다. 그중 3분의 1 이상의 건축물이 사적(史蹟)으로 등록돼 있다.

라이트는 ‘어떤 건물이 당신 최고의 걸작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다음 작품’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건축 작품과 관련된 가구, 직물, 램프, 유리공예, 식탁용품, 은제품 등을 직접 디자인한 토털디자이너였다. 또 저서, 강연, 전시회를 통해 전 세계 건축사 및 실내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향과 자극을 준 건축계의 선구자였다. “건축은 자연을 지배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함께 스며들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라이트의 건축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건축을 표방한다.

김영수 건축사
대표작으로는 미국건축사협회(AIA)에서 미국의 중요한 건축에 선정한 ‘낙수장’(Fallingwater)과 미국 고유의 스타일을 접목한 ‘로비하우스’(Robie House)가 있다. 20세기 위대한 건축으로 손꼽히는 ‘낙수장’은 폭포가 쏟아지는 바위 위에 건축됐는데 이는 유기적 건축을 지향하는 작품으로 설계를 3시간 만에 끝냈다고 한다. 낙수장은 계곡의 모습을 그대로 둔 채 바위와 나무의 원래 형태를 살렸으며, 계절이 바뀌면서 달라지는 풍광이 매력적이고 자연과 교감하는 듯한 건축물로 금세기 최고의 자연친화 주택으로 인정받았다. 그리고 말년에는 구겐하임 미술관이 16년간에 걸쳐 건립됐다. 시청·시민·디렉터들의 끝없는 이해관계 충돌로 설계안이 수차례 바뀌었지만 당시 모더니즘 예술가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전시공간으로 사랑을 받았으며, 지금도 한 해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그가 남긴 건축물을 보고자 구겐하임 미술관을 방문하고 있다.

라이트는 자신의 건축작품에서 여러 실험을 시행하며, 현대건축의 변화를 추구한 거장으로 손꼽힌다. 그는 그칠 줄 모르는 실험정신과 사용자의 코드를 충족시키면서도 동시에 건축이 예술로 승화될 방안을 찾아 실천해 나갔다.

그러나 라이트의 사생활은 부도덕하다고 여겨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는 늘 수입을 초과해 사치품을 사들였고, 나이를 두 살이나 줄여 말했고, 학력도 위조했으며, 가정에 불성실했다.

지난 8일은 라이트 탄생 148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불완전한 삶을 살았고, 동시대의 현실과 싸운 건축계의 돈키호테였다. 라이트는 일생 동안 무책임하고 제멋대로였으며 온갖 스캔들이 끊임없었지만 그의 작품인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낙수장’을 보면 미워할 수 없는 천재 건축사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건축물은 모름지기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어울려야 하고, 닫힌 공간이 아닌 실내가 외부환경 사이의 공간이 넘나드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기초원리는 지금 건축이 추구해야 하는 바와 동일하며 유효하다.

김영수 건축사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다미 '완벽한 비율'
  • 김다미 '완벽한 비율'
  • 조보아 '반가운 손인사'
  • 트리플에스 김유연 '심쿵'
  • 트리플에스 윤서연 '청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