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는 ‘어떤 건물이 당신 최고의 걸작인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다음 작품’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자신이 설계한 건축 작품과 관련된 가구, 직물, 램프, 유리공예, 식탁용품, 은제품 등을 직접 디자인한 토털디자이너였다. 또 저서, 강연, 전시회를 통해 전 세계 건축사 및 실내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향과 자극을 준 건축계의 선구자였다. “건축은 자연을 지배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함께 스며들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라이트의 건축은 환경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건축을 표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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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건축사 |
라이트는 자신의 건축작품에서 여러 실험을 시행하며, 현대건축의 변화를 추구한 거장으로 손꼽힌다. 그는 그칠 줄 모르는 실험정신과 사용자의 코드를 충족시키면서도 동시에 건축이 예술로 승화될 방안을 찾아 실천해 나갔다.
그러나 라이트의 사생활은 부도덕하다고 여겨져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는 늘 수입을 초과해 사치품을 사들였고, 나이를 두 살이나 줄여 말했고, 학력도 위조했으며, 가정에 불성실했다.
지난 8일은 라이트 탄생 148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그는 불완전한 삶을 살았고, 동시대의 현실과 싸운 건축계의 돈키호테였다. 라이트는 일생 동안 무책임하고 제멋대로였으며 온갖 스캔들이 끊임없었지만 그의 작품인 ‘구겐하임 미술관’이나 ‘낙수장’을 보면 미워할 수 없는 천재 건축사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건축물은 모름지기 주변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어울려야 하고, 닫힌 공간이 아닌 실내가 외부환경 사이의 공간이 넘나드는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기초원리는 지금 건축이 추구해야 하는 바와 동일하며 유효하다.
김영수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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