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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주행로에 물을 뿌려 눈쌓인 도로와 비슷한 상황을 만든 곡선제동코스에서 차량이 미끄러지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제공 |
안경을 벗자 마자 자동차가 급정거했다. 자동차의 속도는 고작 시속 10㎞. 뒷자리라 습관적으로 안전벨트를 메지 않은 것이 오판이었다. 급제동과 함께 앞으로 쏠려간 몸은 조수석 뒷부분에 부딪혔다.
이번엔 안전벨트를 멨다. 급정거 해도 몸이 조금 앞으로 쏠릴 뿐 큰 위협은 느껴지지 않았다. 경북 상주에 위치한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교육센터 관계자는 지난 10일 “대부분의 운전자와 동승자가 속도가 느리다고, 뒷자리라고 안전벨트를 메지 않는데 사고가 나면 이렇게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교통안전교육센터에서는 이런 체험교육이 매일 열린다. 30만2801㎡ 규모의 이곳은 국내에서 안전운전 관련 체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2009년 문을 연 이곳은 그 해 4437명에서 시작해 올해까지 누적 교육생 10만명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체험교육의 효과도 톡톡히 내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체험교육을 받은 교육생 3만2228명을 대상으로 12개월간 교통사고 발생현황을 추적 조사한 결과 교육자의 사고 발생건수가 52% 감소하고 사망자수도 71%나 급감했다.
연중 매일 수강생들로 북적이는 곳이지만, 취재진이 찾은 이날은 메르스 여파로 교육이 취소돼 한산했다. 취재진은 직선제동, 위험회피, 고속주행, 곡선제동 등 13개의 실외체험 코스를 경험했다. 이 가운데 눈길에서 차가 미끄러졌을 때를 가정한 곡선제동 구간은 대리석으로 만든 길에 물을 뿌린 뒤 지나가는 방식이다. 천천히 달려도 커브 구간에서 자동차가 혼자서 미끄러졌다. 급제동을 하니 아예 한 바퀴 돌아버린다. 만일 옆에 다른 차량이라도 함께 있었다면 큰 일이 벌어질 상황이다. 30㎞로 주행하면서 충격이 가해졌을 때 급제동을 경험하는 위험회피 훈련에서는 한 두번의 주행으로는 자동차를 제대로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당황했다.
교통안전공단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경기도 화성 자동차안전연구원 부지에 ‘수도권 교통안전교육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오영태 공단 이사장은 “수도권 센터는 증가하는 체험교육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국민의 이동 편의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주=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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