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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여행·쿡방에 열광하는 한국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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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5-17 21:07:18 수정 : 2015-05-17 21: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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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셰프들이 여느 가정집 냉장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 재료로 짧은 시간에 뚝딱 근사한 요리를 만들어낸다(jtbc ‘냉장고를 부탁해’). 남자 연예인들이 산골짜기에서 직접 농사지으며 세끼 식사를 해결하고 뒤처리하는 것만으로 하루를 보내는가 하면(tvN ‘삼시세끼’), 각 지역의 내로라하는 요리사들이 지역특산물로 실력을 겨룬다(올리브 ‘한식대첩’). 그런가 하면 원로 연예인들이 싹싹한 젊은 연예인을 짐꾼(?) 삼아 유럽을 누비기도 하고(tvN ‘꽃보다 할배’), 국적과 피부색이 다른 젊은이들이 친구 집 방문을 위해 각국을 오간다(jtbc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을 보면 ‘여행’과 ‘쿡방(Cook방송)’이 대세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처음에는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을 중심으로 쿡방과 여행방송이 나왔지만 시청률이 치솟자 이제는 지상파방송까지 가세해 정규 프로그램에 셰프들을 초청해 이들이 요리하는 모습에 열심히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다.

정진수 사회2부 기자
사실 이들 프로그램이 엄청난 웃음 포인트가 있거나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청자들은 출연진이 나누는 대화에 한 번씩 픽 웃거나, 맛있어 보이는 요리나 멋지게 펼쳐진 풍경에 드물게 ‘와’ 하고 감탄사를 쏟아내는 게 전부다. 그런데도 이들 프로그램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왜일까.

그 답은 시청자들의 ‘결핍’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자신들이 해보지 못한 생활에 대한 동경을 TV 프로그램에서 간접 실현한다는 의미다. ‘꽃보다 할배’의 짐꾼이었던 배우 이서진은 한 할아버지 시청자가 자신의 손을 붙잡고 “이서진씨는 우리들의 로망”이라고 말했다고 밝힌 적이 있다.

해외에서 쿡방은 이미 수년 전에 시작됐다. 대표적인 스타가 영국의 제이미 올리버다. 한국이 아침 방송에서 주부를 대상으로 과외 교육하듯 자로 잰 듯한 ‘깍둑 썰기’한 요리를 선보일 때 영국에서는 이 건들건들한 젊은 남자가 방송에 나와 재료를 대충 죽죽 찢어 넣으며 요리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있었다. 한국보다 한발 앞섰던 셈이다.

물론 한국의 상황도 예전에 비해서는 나아졌다.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고, 주부들의 ‘생존형 음식’ 말고 요리 자체를 즐기면서 음식을 하는 아빠들도 늘어났다. 그러나 한 달씩 해외 여행을 가거나 가족이 모여 함께 요리하며 만찬을 즐기는 외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눈높이는 훨씬 높아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직장인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2163시간에 이른다. 회원국 중 우리보다 근로시간이 긴 곳은 멕시코밖에 없다. 지난해 한 여행업체 조사에서는 우리나라의 연간 평균 휴가 기간이 고작 7일로, 조사 대상 24개국 중 꼴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텔레비전 화면 앞에서 여행과 요리를 즐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우리 국민의 ‘삶의 질’에 대한 기대치는 쑥쑥 올라가는데 팍팍한 현실은 너무나 더디게 개선되고 있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한 명으로 서글픈 마음이 든다.

정진수 사회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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