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823억·노무현 113억 받아
檢 수개월 수사… 악습 발본색원 옛 대검 중수부의 2002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는 검찰이 여야 유력 후보의 대선자금을 ‘타깃’으로 삼은 최초의 수사였다. 2003년 초 서울지검은 SK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압수한 회계장부를 분석하던 중 2002년 대선 무렵 거액의 회사 돈이 빠져나간 사실을 파악했다. 사용처는 베일에 가려 있었다. 대검 중수부는 서울지검에서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내사에 착수했다.
2003년 10월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출국금지하며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SK가 여야 후보 캠프에 거액의 불법 자금을 제공하고 선거 후에는 당선자 측에 ‘축하금’ 명목의 돈까지 건넨 사실이 드러났다. 수사는 SK를 넘어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다른 대기업으로 확대됐다. 이들 기업에서 불법 자금을 거둬 후보 캠프에 전달한 여야 정치인도 줄줄이 소환조사를 받았다.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캠프는 2.5t 트럭에 담긴 현금 150억원을 트럭째 넘겨받은 사실이 드러나 한나라당은 ‘차떼기 정당’이란 오명을 얻었다. 이 후보 측은 삼성 340억원, LG 150억원, 현대차 109억원, SK 100억원 등 총 823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아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노 후보 측은 삼성에서 30억원, SK에서 10억원, 한화에서 10억원 등 총 113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아 쓴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해를 넘겨 수사한 끝에 노 전 대통령 측근, 여야 국회의원, 대기업 임원 등 총 80명을 입건하고 그중 25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정경유착의 악습을 발본색원하고, 돈 안 쓰는 선거 풍토를 이끌어 낸 획기적 수사”라고 자평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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