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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목판조사 이끄는 불교문화재硏 이용윤 실장

입력 : 2015-05-12 21:26:33 수정 : 2015-05-12 21: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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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가는 조선 불교 인쇄유산 복원 후세에 전해야죠” 불교의 인쇄문화 하면 지금보다 시기가 가까운 조선보다 고려를 떠올리는 건 팔만대장경 때문일 것이다. 팔만대장경은 그만큼 양과 질 모두에서 압도적인 문화재다. 500년 내내 숭유억불의 기조를 이어간 조선을 불교와 연결짓는 것이 어색한 일반적인 인식은 또 다른 이유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이용윤(46) 실장의 말은 다르다.

“조선은 실질적으로 불교를 인정했던 왕조예요. 그것을 보여주는 게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불교 목판입니다. 사실 조선시대 인쇄문화의 핵심이 사찰이었습니다. 사대부들의 문집 중 상당수도 사찰에서 목판을 만들고 찍어냈죠.”

얼추 3만점 정도의 조선시대 목판이 사찰에 남아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불교의 인쇄문화는 제대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목판을 찍어 책을 만드는 ‘인출(印出) 문화’는 불교계 내부에서조차 잊혀져가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소가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5개년 계획으로 조선시대 불교 목판에 대한 일제 조사를 벌이는 것은 목판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불교 인쇄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알리자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실장이 실무를 이끌었고, 인천·경기, 충청, 전라 지역 54개 사찰의 9310점에 대한 지난해의 조사 결과를 묶은 첫 보고서가 지난달 말에 나왔다. 지난 8일 서울 종로구의 연구소 사무실에서 이 실장을 만났다. 

불교문화재연구소 이용윤 실장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연구소 사무실에서 조선시대 사찰 목판 조사사업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큰 관심을 받고 있고, 연구도 상당히 된 팔만대장경의 목판수조차 조금씩 차이를 보일 때가 있습니다. 목판 하나하나를 꺼내서 확인하는 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입니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이런 부분이 확인됐다. 기존에 알려진 것 외에 75점의 목판을 새롭게 발견했고, 278점의 목판이 도난이나 화재 등의 사유로 유실되었음을 확인했다. 기존 조사내용의 오류를 수정하여 재분류한 목판은 315점이었다.

이 실장에 따르면 목판을 일일이 조사하는 건 품이 굉장히 들어가는 일이다. 3∼5㎏ 정도의 목판을 하나씩 꺼내 앞뒤로 뒤집어가며 길이를 재고, 형태를 파악한 뒤 촬영까지 하는 건 상당한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사찰당 수백장, 혹은 수천장이다 보니 정밀한 조사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목판을 유형별·판종별로 재분류하고, 크기와 무게 등의 제원사항과 광곽(匡郭·글을 둘러싼 테두리)의 크기, 행별 글자수 등을 파악했다. 보고서에는 판각시기와 판각처, 각수(刻手·목판을 새긴 사람) 등의 관련 기록을 더했다.

또 하나 신경을 쓴 것이 목판의 보존상태 조사였다.

“보존대책을 시급하게 세워야 하는 것이 목판입니다. 훼손이 심한 편이에요. 흰개미 피해를 봐서 툭치면 먼지처럼 부스러지는 목판도 있었습니다.”

목판 보호를 위한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상적인 관리 방식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고 이 실장은 강조했다. 그는 “목판이 보관되는 환경을 조사했다. 조사를 마치면 보존처리가 시급한 것들이 분명해질 것”이라며 “거창한 시설이 아니더라도 사찰에서 일상적으로 관리할 매뉴얼을 제안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이 사업이 단순한 문화재 조사로 그치지 않았으면 싶다고 했다. 기존의 문화재를 소비하고 연구하는 형태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바람이었다. 연구소가 인출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건 이런 이유에서다. 올해 하반기부터 인출할 예정이다. 예산문제 때문에 500점 정도만 일단 찍지만 장황(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를 발라서 책이나 화첩 등을 꾸미는 것), 먹물, 종이 등은 전통기술을 엄격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그래서 인출에 쓸 한지도 일부러 겨울에 주문했다고 한다. 한지를 제작하는 데 쓰는 아교가 겨울에 사용해야 접착력이 좋아서라고 한다. 먹을 만드는 데 사용할 재료도 이미 준비를 부탁해 놓았다.

“인출비용이 조사비용보다 더 들어요. 후세에 남길 만한 목판으로 꼽은 게 1만7000점 정도인데 모두를 인출하려면 10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요.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있죠. 하지만 이렇게 공들여 만든 책이 100년 뒤에는 문화유산이 된다고 봐요. 2015년에 어떤 장인들이 존재했는지를 알리고, 지금 남아 있는 기술을 보전하고, 전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죠.”

이 실장은 목판 조사가 조선시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대인의 생활을 충실히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제조사를 하면서 사찰에 있는 책들을 보게 됐고, ‘조선시대 문화가 뭘까’ 궁금했던 부분이 책에 더 담겨 있음을 알았습니다. 기록유산이 제대로 정립되면 그 시대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게 훨씬 재밌어질 수 있습니다. 알고 보면 생활과 굉장히 밀접한 문화인 거죠. 죽은 문화가 아니라 살아 있는 문화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데 중요한 매개체인 거죠.”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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