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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맨'에서 '눈치맨'으로…"아빠가 변하면 가족이 변한다"

입력 : 2015-05-04 10:33:07 수정 : 2015-05-04 16: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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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불편한 40~50대 가장들

최근 SBS 예능 '아빠를 부탁해'가 가정에서 소외 당하는 50대 아저씨들의 애잔한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내 화제가 되고 있다.

방송은 '예능계의 전설'이라 불리는 이경규가 집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딸에게 외면당하고 강아지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보여줬다. '명품배우' 조재현은 딸의 나이와 생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무심한 태도를 드러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이러한 '바보아빠'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직장에서는 수많은 부하직원을 거느리고, 어려운 업무도 척척 해내는 '슈퍼맨'이지만 가정 내에서는 '바보아빠'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방송의 인기는 이러한 우리 시대 아빠들의 모습에 동질감을 느끼는 가장들, 그리고 '불통'이 답답한 자녀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불통이 아빠와 자녀들 간의 문제만이 아니다. 최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하루에 30분도 채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고 응답한 기혼남녀가 38.4% 라고 한다. 기혼자의 3분의 1이 동반자와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꼈다는 것.


자녀뿐만 아니라 인생의 동반자와도 소통하지 못하는 요즘, 많은 중년 가장들이 가정으로부터의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 신씨, 김씨, 최씨의 어느 주말...'슈퍼맨'에서 '눈치맨'으로
#1.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는 주말마다 함께 목욕탕을 다녔던 40대 교사 신씨. 한 동안 주말을 아들과 함께하지 못했다가 드디어 시간이 났다. 얼마 전 중학교에 들어간 아들에게 목욕탕엘 가자고 했지만 아들은 딱 잘라 거절하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신씨는 "귀엽던 아들이 어느새 이것저것을 감추게 됐다"고 씁쓸함을 내비쳤다.

#2. 평상시 야근이 잦은 50대 은행원 김씨. 맞벌이하는 아내의 부탁으로 주말만큼은 집안일을 돕고 있다. 세탁물을 개던 중 고등학교 1학년 딸의 속옷을 집어 들자 뒤에 있던 딸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씩씩거리며 딸은 어리둥절한 김씨의 손에서 자신의 속옷을 낚아채간다.

#3. 가족을 위해 야간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40대 직장인 최씨. 모처럼 쉬는 날 가족과 시간을 보낼 기대에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이른 시간부터 아내가 화장을 하기에 오랜만에 함께 데이트라도 가려나 기대하고 있는데 친구들과 당일치기 여행 간다며 휑하니 나가버렸다.

위의 사례에서 살펴본 신씨, 김씨, 최씨 등 가정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했던 '슈퍼맨'들이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단란한 휴식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 가족들의 모습에 서운함과 억울함까지 느껴졌다고 호소했다. 결국 그들은 이번 휴일도 홀로 '눈치맨' 신세가 됐다.


혹시 이들의 접근방식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전문가들은 "의욕만 앞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노력한 점이 문제라며, 각 가족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만약 나머지 가족구성원들은 사이가 좋다면 아버지가 소외감을 느끼게 된 원인은 아버지에게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위의 세 아빠들의 상황은 주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아버지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고 변화한다면 가족들에게서 소외감을 느끼는 아버지들은 줄어들 수 있다.

◆ 딸이 이성임을 인정하라
아들이나 딸에게 사춘기 이전과 동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것은 좋지 않다. 더구나 딸은 자식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성별이 다른 이성이다. 신체와 마음이 변해 예민할 시기인 사춘기에 예전처럼 아무렇지 않게 스킨십을 시도하거나 불쑥 방에 들어선다면 딸은 불쾌한 반응을 보일 수 있다. 대다수의 아버지들은 딸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 '싫어서' 거부하는 것으로 받아들여 서운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 때 사춘기의 딸과 서먹한 관계를 풀지 못한다면 딸이 성인이 된 후에도 어색한 관계로 남을 수 있다. 딸과 정서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도 관계 회복에 도움이 된다. 딸에게 요즘 공부가 힘들지는 않는지, 오늘 친구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고민은 없는지 대화하고, '아버지는 언제나 네 편'임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

◆ 아들은 아버지의 분신이 아니다
아들이 아버지의 소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 사춘기에는 누구나 하나 둘쯤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있기 마련이다. 아들의 사소한 사생활까지 알아내려 하고 모든 부분을 일일이 통제하려고 하면 자녀는 성인이 된 후에도 부모의 조언 없이는 혼자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의존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아들이 성인이 되기 위한 첫 단계에 들어섰음을 인지하고, 개입해야 할 부분을 정확히 구분해 해결자로 나설 지, 묵묵히 응원해야 할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 아내에게 버팀목이 돼줘라
남자는 사회생활 경력이 길어질수록 인간관계가 좁아져 회사와 집밖에 모르는 바보가 돼간다. 그에 비해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녀가 성장하면 양육의 일선에서 물러나게 돼 상실감과 공허감을 느낀다. 대다수는 이런 감정을 외부와 교류해 충족시키려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나 없이는 밥도 못 먹을' 남편을 귀찮게 여기기도 한다.

많은 가정에서 이로 인해 마찰이 생기고, 소통이 단절돼 간다. 남편은 이 시기에 아내의 곁을 지켜줘야 하지만 바쁜 업무 등에 치여 그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자녀의 독립이 '엄마의 역할이 끝남'이 아닌 '둘만의 시간이 시작됨'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고, 공동의 취미활동 등을 통해 함께 있는 시간을 보다 윤택하게 채우려 노력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내를 '아이들의 엄마'가 아닌 '사랑해서 결혼한 여자'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 아빠가 변해야 가족이 변한다
이밖에 아버지 스스로가 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그간 무뚝뚝하고 권위적인 가장의 모습을 보였다면 가족과 운동, 취미활동 등을 함께 하려는 태도를 가져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이것을 강요하면 반발을 살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고 관심을 가지는 취미보다는 가족의 공동 관심사를 파악하는 방식이 더 좋은 접근 방법이다.

◆ 사춘기 아들을 둔 50대 장 씨의 사례
교직에 몸담고 있는 50대 가장 장씨는 주말마다 중학생 아들과 해외 축구를 즐겨본다. 장씨에게 생경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가레스 베리 등 아들이 좋아하는 해외 축구선수의 이름을 이제는 줄줄 꿰고 있다. 장씨는 "해외축구는 관심도 없었는데, 아들한테 많이 배웠다"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이밖에도 아들과 단 둘이서 오붓한 여행을 계획하고 다녀오는 등 지금 은 중학생 아들과 단짝친구가 됐다. "또래 친구들은 아빠와 사이가 좋지 않은데, 나는 아빠와 친구처럼 놀 수 있어서 좋다"는 장씨의 아들은 "다음 주말에는 축구를 하러 가기로 했다"고 한바탕 자랑을 늘어놨다.

그뿐만이 아니다. 장씨는 결혼한 지 27년째 결혼기념일마다 둘만의 저녁식사를 계획하고 데이트코스를 짜는 등 아내와의 로맨스에 열심이다. 장씨의 아내는 "여전히 연애하는 20대의 기분으로 살고 있다"며 로맨틱한 남편을 칭찬했다.

사진=SBS '아빠를 부탁해'

장씨는 다른 50대 가장들과 다르게 가정에서 사랑받는 아버지, 남편이다. 앞서 소개된 김씨, 최씨, 신씨도 가족에게 다가서기 노력했지만 장씨는 그들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장씨는 화목한 가정의 노하우를 ▲관심사를 공유한다 ▲직접 애정표현을 한다 ▲강요하지 않는다 ▲로맨스를 잃지 않는다고 전했다. 가족들의 평가에 의하면 장씨는 100점 아빠, 남편이었다.

'가화만사성',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말이다. 가족 간의 화목은 아버지 즉,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우리 가족의 문제가 뭔지 가족과 진솔하게 대화하고 서로 가슴 속에 숨겨둔 사랑을 직접 표현한다면 가화만사성도 더 이상 남의 가족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라이프팀 차주화·장유진 기자 cici0608@segye.com  

<남성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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