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여성은 홀로 10대 남매를 키웠지만 자기집이 있었고 남편과도 최근 법적으로 이혼이 성립된 관계로 한무보 가정 혜택, 장애아동 혜택 등을 받지 못해 자포자기 심정으로 10년 가까이 집안을 치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경기 수원 서부경찰서는 A(55·여)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형사입건키로 하고 조사를 펼치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5층짜리 아파트에서 "3층 아파트 베란다에 남자아이가 옷을 벗고 매달려있다"는 주민신고에 따라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은 출입문이 잠겨 있자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가 베란다를 통해 집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쓰레기 더미 위에서 옷도 제대로 갖춰 입지 않은 10대 남매 2명을 발견했다.
경찰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B(17)군을 모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한편 여동생(16)은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입소시켰다.
쓰레기더미속에 10대 남매가 방치된 사연이 알려지난 이날 오전 수원시 권선구 직원과 대한적십자사 봉사자 20여명이 청소를 위해 A씨 아파트를 찾았다.
현관문까지 쓰레기로 가득찼으며 집 안에는 빈 페트병, 비닐, 오물묻은 기저귀 등이 어른 가슴 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기저귀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들(17)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권선구청 한 직원은 "화장실과 거실에 오물이 묻은 기저귀들이 나뒹굴고 있었고 집안 곳곳에는 죽어있는 바퀴벌레 수십마리가 나왔다"며 "줄지 않는 쓰레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기분이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날 수거된 쓰레기는 약 3t에 달했다.
청소 작업을 지켜보던 같은 아파트의 한 주민은 "이집 아들이 평소 옷을 벗고 소란을 피우는 경우가 많았지만 장애를 앓고 있는 등 사정이 딱해 위험하거나 시끄러운 경우만 아니면 이해하고 넘어갔다"면서 "복도를 오가면서 악취가 나긴 했지만 집 안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가 쌓여있었는지는 꿈에도 몰랐다"고 혀를 찼다.
이웃 주민들은 수년전 남편이 집을 나가고 A씨 혼자 남매를 키우는 것을 딱하게 여겨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경리로 일하게 했다.
A씨는 공금 1900여만원을 횡령,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받고 일자리를 잃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A씨가 경리로 일을 시작해 처음 2∼3년 동안은 문서 정리도 잘하고 사무실도 깨끗하게 유지했는데 어느 순간 사무실도 쓰레기로 가득차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웃 주민이 집안 정리가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 집안 청소를 해주겠다고 수년 전부터 제안했지만 A씨가 계속 거부하자 주민들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그때 딸이 "(생활이)불편하지만 그런 일은 없다"고 말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아동보호 기관 관계자는 "현재 딸은 집에 돌아가고 싶어한다"며 "하지만 집이 완전히 깨끗해질 때까지 기관에서 보호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딸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했다.
A씨는 지난 2월 해당 아파트를 팔았으며 오는 7월 이사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아파트를 팔고 받은 돈으로 69개월 간 체납한 관리비 등 400여만원을 최근 겨우 갚았다.
관할 구청 관계자는 "A씨가 2010년부터 아이의 장애 등급, 한부모가정 신청과 관련해 상담받았지만 당시 A씨가 자가주택을 소유한 점 등 때문에 지원 대상에 해당되지 않았다"며 "최근 아파트를 매매했고, 남편과도 법적으로 이혼해 어제(27일) A씨에게 기초수급자나 한부모가정 관련 절차 안내를 했다"고 했다.
또 "한부모가정 등으로 선정되면 생계비, 주거급여, 교육급여, 의료급여 등을 지원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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