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명예회장은 한샘 지분 60만주(약 1000억원)를 시작으로 모두 260만주(약 4400억원)를 자신이 3년 전 설립한 ‘한샘드뷰 연구재단’에 출연키로 했다. 이 공익법인을 중장기적 국가전략을 만들어내는 연구기관으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조 회장이 모델로 삼은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는 기업인 로버트 브루킹스가 사재를 출연해 1927년 설립한 이후 1930년대 뉴딜 정책과 유엔 탄생, 마셜 플랜, 해밀턴 프로젝트, G20(주요 20개국) 체제 등 수많은 정책 아이디어를 생산해냈다. 미국의 힘이 브루킹스 같은 싱크탱크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반도 주변 정세는 북한의 핵개발과 꽉 막힌 남북관계, 미국과 중국의 대립, 일본의 과거사 왜곡으로 요동치고 있다. 노동과 금융, 공공개혁 등 국내정책을 두고서도 갈등의 골이 깊다. 이런 상황일수록 전문지식을 갖춘 경륜 있는 인재들이 민간 연구소에서 국가전략을 연구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대법관, 장관 출신 등 유능한 인재들이 퇴임 뒤 갈 곳이 마땅찮아 로펌 등이나 기웃거려서야 나라 장래가 밝을 수 없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2008년부터 8년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이끈 벤 버냉키 전 의장은 현재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상근 연구위원으로 근무한다. 한국에도 고급 인재의 재충전과 국가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민간 대형 연구소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의 갈 길을 제대로 찾으려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조 회장은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기업인들이 더 많은 돈을 내 연구소가 생기길 기대한다”고 했다. 미국엔 브루킹스 연구소가 설립된 이래 수백개의 연구소가 세워졌다. 미국 워싱턴DC만 해도 500여개의 싱크탱크가 있다고 한다. 조 회장의 의미 있는 행동이 들불처럼 번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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