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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선·앞차 인식 스스로 운전… 똑똑해진 국산차

입력 : 2015-03-23 20:22:24 수정 : 2015-03-24 09: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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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신기술 체험 시승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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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경기 파주 헤이리마을의 한 레스토랑 인근 공터. 신형 ‘제네시스’에 탄 인스트럭터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차가 스르르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한다. 20m 앞 모형차량에 거의 충돌할 무렵 어른 3명을 태운 2.2t의 신형 제네시스가 급제동하더니 겨우 충돌을 피했다. 인스트럭터는 차가 멈춰서기 전까지 오른쪽 발을 들어 보이며 차량이 정지하는 데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신형 제네시스에 적용된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은 이날 열린 ‘제네시스 신기술 체험 시승회’를 통해 자동차 동호회 회원 등 일반인 20여명에게 훌륭한 안전장치로 각인됐다.

현대자동차가 변하고 있다. 한때 차 트렁크에 물이 새고, 연비 논란이 제기되어 소비자를 낙담시킨 현대차 변화의 시작은 기술이다. 최근 몇달간 7단 ‘더블 클러치 변속기’(DCT)를 장착한 차량을 대거 출시하면서 연비로 호되게 당했던 과거를 말끔히 씻어내고 있다. 지난 1월 현대차가 7단 DCT를 장착해 출시한 4개 차종의 평균 연비는 8.8% 높아졌다. ‘엑센트’는 기존(16.5㎞/L) 대비 10.9% 늘어난 18.3㎞/L를 기록해 동급 최고연비를 달성했다. 지난 13일 동호회와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엑센트, ‘벨로스터’, ‘i30’, ‘i40’와 폴크스바겐의 ‘폴로’, ‘골프’를 비교 시승하고 DCT 기술을 소개하는 행사 ‘테크 익스피리언스’를 연 것도 기술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했다.

현대차가 일반인에게 자사 차량의 기술을 공개하고, 수입차와 비교 시승하는 행사 등을 확대하는 배경은 그간 국내에 만연한 소비자 불신에서 비롯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수출용과 내수용 차량 강판의 차이 등이었는데, 지난해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의 ‘스몰오버랩’ 충돌시험을 공개해 동호회원 등으로부터 호평받았다. 스몰오버랩은 차량 앞부분의 운전자 위치에 충돌 충격이 얼마나 전달되는지 따지는데, 지난해부터 북미에서 강조하는 안전성 테스트다. 

신형 ‘제네시스’에 장착된 ‘주행조향보조시스템’(LKAS) 개념도. 운전자가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차량이 차선을 벗어나면 개입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현대자동차 제공
제네시스 신기술 체험 시승회에서도 스몰오버랩 시연 영상이 공개됐다. 현대차는 2014년 4월22일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실시한 장면을 보여주고, 미국에서 29개 항목에서 최고점을 받은 차라고 소개했다. 국내 영상이 이어졌다. 동호회 운영진 등 2명이 지난해 7월1일 울산 공장에서 제네시스를 직접 골라 왼쪽 문에 래커 칠로 표시한 뒤 일주일 뒤 현대차 기술연구소에서 미국에서 했던 동일한 충돌시험을 실시한 장면이다. 충돌시험을 옆에서 지켜본 동호회 회원들은 “대박”이라고 외쳤고, 충돌 후 파손 부위와 정도를 살펴보고 수출 차량 대비 안전성에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이날 신기술 시승회에서는 AEB 외에 차선을 인식해 안전한 주행을 돕는 ‘주행조향보조시스템’(LKAS)과 앞차와의 간격 등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어드밴스트 스마트크루즈 컨트롤’(ASCC) 기능도 주인공이었다. 이들 기능을 만든 책임연구원들은 일반인의 궁금증과 기술의 한계를 솔직하게 알렸다.

LKAS 개발을 맡은 양시우 책임연구원은 “운전자가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차량이 차선을 벗어날 때 개입한다”며 “다만 차선이 흐릿한 곳이나 공사구간에서는 작동하지 못한다”고 실토했다. LKAS가 북미보다 늦게 양산된 배경에 대해 “국내 도로에는 노란색이나 파란색 등이 있지만 북미나 유럽은 모두 흰색”이라며 “유채색은 명암비가 안 좋아 인식률이 떨어지는 등 국내 도로환경이 해외보다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SCC와 AEB를 개발한 엄기동 책임연구원은 “ASCC는 차량 레이더의 도움으로 속도는 물론이고 앞차와 거리 등을 유지하는 기능인데, 차가 멈춘 뒤 3초 이내 앞차가 출발하면 정해놓은 속도까지 가속하는 신기술이 추가됐다”고 소개했다. 속도제한구역에서는 내비게이션과 연계해 안전속도로 자동 감속하는 기능은 세계 최초로 적용됐다고 한다. 엄 연구원은 “ASCC는 편의장치라 제동력이 세지 않아 앞차가 급제동하면 완전히 멈춰서기 힘들 수 있다”며 “제동력이 충분하지 않으면 신호음이 나오는데, 그때 운전자가 직접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 기술 한계를 설명했다. AEB 역시 충돌을 막거나 충돌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능인데, ASCC와 조합하더라도 급하게 끼어드는 차량이 있으면 제대로 급제동하기 힘들 수 있다고도 시인했다.

지난 19일 경기 파주 헤이리마을의 한 레스토랑 인근 공터. 신형 ‘제네시스’에 탄 인스트럭터가 액셀러레이터를 밟자 차가 스르르 미끄러지듯 달리기 시작한다. 20m 앞 모형차량에 거의 충돌할 무렵 어른 3명을 태운 2.2t의 신형 제네시스가 급제동하더니 겨우 충돌을 피했다. 인스트럭터는 차가 멈춰서기 전까지 오른쪽 발을 들어 보이며 차량이 정지하는 데 개입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신형 제네시스에 적용된 ‘자동긴급제동시스템’(AEB)은 이날 열린 ‘제네시스 신기술 체험 시승회’를 통해 자동차 동호회 회원 등 일반인 20여명에게 훌륭한 안전장치로 각인됐다.
이처럼 AEB와 ASCC는 사고를 100% 피하게 하지 못한다. 엄 연구원은 “도심 접촉사고 중 60% 이상이 시속 40㎞ 안팎의 전방 추돌사고였다”며 “AEB는 늘어나는 사고를 감당하지 못한 보험사 측이 먼저 요구한 기능”이라고 소개했다. 현재 AEB를 장착한 차량의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국가는 영국뿐이다. 두 연구원은 “현재 법규상 자율주행 자체는 불법”이라며 “여러 안전장치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주행을 돕는 기능일 뿐이니 운전자 주의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휴가까지 내고 행사에 참석한 공무원 아들(38)을 따라 온 김우성(68)씨는 “차를 좋아하는 아들을 따라왔는데 여러 모로 현대차에 대해 믿음을 주는 행사”라고 평했다. ‘올뉴 쏘렌토’ 동호회의 경기부지역장인 강도원(36)씨는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게 평일이 아닌 주말에 이런 좋은 행사를 자주 진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파주=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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