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이용객들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분명 여기는 공항이지만, 한 남성이 라운지에 쭈그려 앉아 밥을 해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터미널’ 속 주인공을 떠올리게 한 남성은 중국 산둥(山東) 성 출신 우 자용(46). 우씨는 집을 떠나 싱가포르에서 공사장 인부로 돈을 벌었지만, 최근 해고돼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문제는 우씨가 홍콩 국제공항에서 깜빡 잠이 들면서 벌어졌다. 잠시 눈을 감았던 우씨가 환승 여객기를 놓치고 만 것이다. 당황한 우씨는 갖고 있던 돈을 끌어모아 다른 항공편을 예약하기는 했지만 출발까지는 2일이 남아있었다.
표를 사고 나니 우리 돈으로 5000원 정도밖에 없었던 우씨는 당장 끼니를 해결하는 것부터가 문제였다.

이때부터 공항 밥짓기, 일명 삼시세끼 '홍콩편'이 막을 올렸다. 가방에 전기밥솥과 쌀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낸 우씨는 화장실 물로 쌀을 씻은 뒤, 밥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기는 싫었지만 밥을 먹어야 하니 어쩔 수 없었다.
우씨가 라운지에서 밥 짓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공항 직원들은 그가 전기를 쓰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다른 여행객들과 인근 상점 주인들 덕분에 우씨는 끼니를 해결할 수 있었고, 앞선 10일 무사히 집으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실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사진=중국 인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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