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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라조 "B급 친구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어요"

입력 : 2015-03-11 23:44:09 수정 : 2015-05-20 15:5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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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팔자야’ 뮤비 유튜브 200만 넘은 노라조 “올해는 대박이야. 아∼ 완전 팔자가 좋아…. 사업운 금전운 연애운 대박. 언니도 오빠도 동생도 대박.”

그룹 노라조의 신곡 ‘니 팔자야’의 노랫말이다. 장난스럽다 못해 경박해 보이는가. 뮤직비디오에 비하면 약과다. ‘나는 이 노래를 주변 사람들에게 자꾸자꾸 들려주고 싶고, 유료구매하고 싶어진다’는 최면 걸기로 시작하는 뮤직비디오는 요란하고 기이하다. B급 이미지와 엽기로 기복신앙을 집대성했다. 선정적이고 폭력적이지 않음에도 멜론, 엠넷 등은 ‘심의 통과 실패’라며 비디오를 퇴짜 놓았다. 방송국은 넘볼 엄두도 안 냈다. 노라조가 기댈 곳은 자사 유튜브 채널밖에 없었다. 구독자는 단 2300명.

10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노라조는 “2300명이라도 재밌게 보고 친구에게 추천하면 그래도 조회 수 10만은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며 “그런데 조회 수가 껑충껑충 올라가기 시작하더라”고 말했다. ‘니 팔자야’ 뮤직비디오는 일주일간 유튜브코리아 메인에 걸렸다. 11일 현재 조회 수는 211만에 달한다. 생각지도 못하게 해외팬을 위해 7개 국어 자막까지 만들어야 했다.

노라조의 조빈(왼쪽), 이혁은 무대에서의 독특한 모습들에 대해 “슈퍼맨이 정장을 벗으면 힘을 발휘하듯, 우리도 치장하고 무대에 올라가면 스위치가 켜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노라조프로덕션 제공
“점 보러 가서 좋은 얘기 들으면 희망이 생기듯, 우리 노래로 그런 느낌을 주면 성공이라 여겼어요. ‘엽기의 초심’, ‘이글 이글 끓는 B급 느낌’으로 돌아가려 했죠. 이 노래 때문에 유튜브 구독자도 4000명이 다 돼 가요. 저희는 뭐든 복리로 숫자가 올라가니까 이제 8000명, 1만6000명이 될 거예요. 하하.”

조빈, 이혁 두 멤버로 이뤄진 노라조는 2005년 데뷔했다. 삼각김밥 머리에 개다리춤을 추고 ‘치킨 카레, 즉석 카레’같은 가사를 부르며 10년을 이어왔다. 황망하게 웃긴 이미지와 달리 이들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은 꽤 알려졌다. 조빈은 펑크락 밴드, 이혁은 메탈밴드 출신이다. 대중은 이혁이 ‘심지어 미남’이란 사실에 놀라곤 한다.

“아이돌, 발라드 가수 같은 기득권 사이에서 살아남을 틈새를 찾고자 시작했어요. 생존전략이었던 거죠. 혁이한테는 제가 가해자일 거예요. 그룹 결성할 때 ‘녹색지대 형님들이 쉬고 계시잖아, 가요계에 2인조 락밴드가 없어, 네가 해주면 좋지 않을까’라며 설득했으니까요.”(조빈)

이혁의 심정은 2011년 발표한 ‘락스타’ 노랫말에 담겼다. ‘그 따위 음악하면 배고프다. 사장이 꼬셨어. 돈 좀 벌자고… 락 변절자 노라조.’ 조빈은 “제가 락을 하든 말든 아무도 신경 안 썼지만 혁이는 락보컬 중 유명한 편이었다”며 “‘락 윌 네버 다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너 돈 벌려고 작정했구나’ 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초반에는 시켰으니까 했죠. 자의로 할리가. ‘조금만 참아라, 돈 벌어야 하지 않겠냐, 나이도 있는데’ 해서…. 설득 아닌 설득을 당한 거죠.”(이혁)

“처음에는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무대에 오르면 관객이 정말 좋아하고 웃어주시는 거예요. 야, 이거 좋다 싶었죠.”(조빈)

대중적으로 떴다 하면 ‘내 음악’을 찾아떠나는 가요계에서 이들은 왜 10년이나 B급을 고수해왔을까. 조빈은 “자신감이 많았으면 ‘난 다른 걸 해도 잘해’ 했을텐데 이런 콘셉트를 어떻게 표현할지 생각하는 것도 제게 버거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그룹에서 나갈 생각을 안 한 것 같아요. ‘인생 뭐 있냐, 이렇게 하다보면 내 음악 할 기회도 오겠지.’ 서태지씨도 댄스음악으로 인지도를 쌓아서 자기 음악을 했듯이 제가 그런 전법을 선택한 거죠. 서태지씨보다 늦어지겠지만 죽기 전에는 가능할 거예요.”(이혁)

“서태지씨가 미국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이라면 저희는 전국노래자랑 같은 거죠.”(조빈)

이들은 직접 작사작곡한 곡도 30곡쯤 쌓아놓았다. 조빈은 이달부터 ‘월반 조빈’을 매월 발매한다. 달마다 새 앨범을 내서 연말이면 ‘10집 가수’가 된다는 원대한 계획이다. 음악 장르도 달마다 바꿔 낸다. 이달 말 나올 1집은 잠 잘 오고, 공부 잘되게 하는 명상음악을 모티브로 했다. 기타리스트를 영입해 4명으로 꾸린 ‘노라조 외전’도 5월에 선보인다.

“좀 더 성숙해지려고 해요. A급이 되려 애쓰기보다, B급일 수밖에 없는 친구들, B급만 돼도 행복하겠다는 친구들에게 기준점과 희망이 되는 팀이 되는 게 목표에요. 훗날 평론가들이 ‘노라조라고, B급이라 여겼는데 최고 무대를 보여준 팀이 있었어’라고 말하게요. B급의 거성이 되고 싶은 거죠.”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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