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인 관광객 2명이 이탈리아 로마에 위치한 고대 원형경기장인 콜로세움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캘리포니아 출신의 21, 25세 여성인 이들은 지난 7일 단체관광 도중 일행으로부터 빠져나와 동전으로 콜로세움 벽에 자신들 이름 첫 글자인 ‘J’와 ‘N’을 새기고 셀카를 찍었다가 현장에서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고대 유적지 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매년 600만명이 다녀가는 콜로세움에서 비슷한 일로 곤경에 처한 관광객은 이들이 처음이 아니다. 3개월 전 42세의 러시아 관광객은 25㎝ 크기 글자를 새겨 넣었다가 징역 4월(집행유예)에 2만유로(약 24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그를 포함해 호주, 브라질, 캐나다 출신 관광객 등 5명이 같은 혐의로 처벌받았다.
이탈리아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유적지 훼손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지만 콜로세움은 이미 상당 부분 파손돼 있는 탓에 관광객들이 무분별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로마 고대유산 관리기구 대변인은 지적했다. 미국인 관광객들이 낙서한 벽은 1800년대 들어 교황의 지시에 따라 복원공사를 한 곳으로 서기 80년 개장 당시의 원형은 아니지만 “역시 소중한 유산”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이탈리아 당국은 지난달 IS가 “로마를 정복할 것”이라고 위협한 뒤 콜로세움 등 유적지에 경찰을 추가 배치하고 보안 검색대를 설치하는 등 경계 강화에 나섰으나 인원 부족으로 내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지난 7일에는 이집트 정부가 기자 피라미드 인근에서 포르노 동영상을 찍은 외국인들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현지 일간 알마스리 알윰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앞에서 러시아어를 쓰는 관광객들이 나체로 성행위하는 장면을 찍어 만든 10분짜리 동영상이 지난해 온라인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동영상 속 여성은 남성 파트너와 성행위를 하기 전 유적지에 대한 불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카이로 인근 기자 지역에 있는 이 피라미드는 약 4500년전 만들어진 것으로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다.
이집트 당국은 애초 배경이 덧붙여진 것이라며 동영상이 유적지에서 촬영됐다는 사실을 부인하다가 알마스리 알윰 보도 이후 이슬람 사회의 비판이 거세지자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 알마스리 알윰은 이 동영상이 지역 보안 책임자의 묵인 아래 촬영됐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앞서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유적지인 앙코르와트에서도 아시아 여성의 포르노 사진을 촬영하던 프랑스 남성 3명과 누드 사진을 찍은 미국인 자매가 벌금을 내고 추방된 바 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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