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현경의 창업세계] '지명'으로 브랜드를 꽃피워라

입력 : 2015-02-24 13:52:38 수정 : 2015-02-24 14:19:07

인쇄 메일 url 공유 - +

 

이름을 정하는 것은 어렵다. 그 이름에 미래를 걸 생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창업 시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되는 문제 역시 이름을 정하는 일이다.

시장을 먼저 개척한 선두 브랜드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지역명’을 사용했다. 이는 특정 제품으로 유명한 지역이거나 특별한 사연을 가진 곳을 브랜드 명에 넣어 자연스럽게 연상 작용과 기대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예로 아마존닷컴을 들 수 있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소매점인 아마존닷컴의 원래 이름은 카다브라(Cadabra)였다. 하지만 CEO 제프 베조스는 생각을 바꿔 아마존(Amazon)이라는 이름을 택했다. 아마존 강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제프 베조스는 이에 대해 세계의 모든 강과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크고 압도적인 아마존 강처럼 자신이 창업한 회사가 독특하고 강한 곳으로 커나가길 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시계 브랜드로 유명한 로만손(ROMANSON) 역시 스위스 북동부에 위치한 유명 시계 공업 도시인 ’로만시온’에서 따온 이름이다. 오랜 전통을 가진 시계 공업 도시의 가치와 기술을 그대로 담아내겠다는 뜻으로 이 같은 이름이 탄생됐다. 1988년 설립된 국내 회사지만 이 같은 점을 적극 반영한 마케팅 전략으로 해외에서도 크게 각광받는 브랜드 중 하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케이프(North Cape)는 영국 탐험가 로버트 피어리가 1909년 세계 최초로 북극점에 도달했을 때 탐사의 전초기지로 사용했던 노르웨이의 노드카프(Nord Kapp)에서 이름을 따왔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지역명을 차용하는 것은 브랜드가 지향하는 목표점을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름이 곧 상품과 컨셉, 분위기를 아우르는 구심점이 된다. 이는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원리다.

지역 유명 음식을 프랜차이즈화 할 때의 확실한 장점은 두 가지다. 상품과 컨셉이 확실하기 때문에 특정 지역에서는 마니아 층의 확실한 지지를, 그보다 넓은 지역에서는 신선함을 확보할 수 있다. 지역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확실하다면 여기에서 창출되는 분위기 역시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현재 인기를 끄는 일부 브랜드의 이름에서 지역명을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곤지암’이라는 지역명을 넣은 소머리국밥 브랜드 ‘곤지암할매소머리국밥’은 제대로 된 직영매장 하나 없이 가맹 계약 건수 30건을 달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곤지암은 조선 후기부터 한양으로 올라오는 주요 길목이었다. 때문에 지금의 게스트하우스 같은 주막이 많았는데 소머리국밥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영양 음식으로 특히 사랑 받는 메뉴였다. 그 전통이 남아 지금도 곤지암에는 소머리국밥 음식점들이 모여 유명세를 유지하고 있다. 곤지암할매소머리국밥을 운영하는 ㈜동의보감농수산 정종부 회장 역시 곤지암에 있는 소머리국밥 마니아다. 곤지암에서 먹는 것과 같이 진핫 맛을 전국에서 즐길 수 있도록 국내 최초로 소머리국밥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들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자카야 프랜차이즈인 청담이상은 고급 이자카야의 분위기를 ‘청담’과 연결시켰다. 실제로 청담동은 이자카야를 포함한 일식집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곳이다. 최근 서울시와 서울신용보증재단이 발표한 ‘2014 서울 자영업자 업종지도’에 따르면 일식집의 밀집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지역이 강남구였다. 청담이상은 2012년부터 청담동 이자카야 특유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살려 본격적인 가맹사업에 뛰어들었다. ‘청담’이라는 고유명사를 활용해 어디서나 정통 이자카야 특유의 분위기와 퀄리티 높은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청담이상의 가맹 사업 목표다.

국내산 생고기 프랜차이즈 종로상회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별다른 양념 없이 투박하게 썬 돼지고기를 무쇠불판에 구워먹는 돼지고기 구이는 중?장년층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표 음식이다. 대중적이면서도 30대 이상 소비자층이 주로 찾는 서울 종로 지역의 분위기와 어울린다. 종로상회는 이를 복고풍 인테리어로 구체화 시켰다. 1960~1970년대 선술집 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오래된 영화 포스터와 흑백사진 등으로 내부를 꾸민다. 박정인 종로상회 대표는 “주 메뉴인 돼지고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친근한 분위기를 복고풍 인테리어를 통해 구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인 김춘수는 일찍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말했다. 창업시장에서 지명(地名)은 지명(指名)됨으로써 단순한 지표를 넘어 풍부한 이야기와 맛을 지닌 브랜드로 피어난다. 모든 이름은 씨앗이다. 어떤 씨앗을 고르고 어떻게 키울지는 창업자에게 달렸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김소현 '심쿵'
  • 김소현 '심쿵'
  • 조이 '사랑스러운 볼콕'
  • 아이들 슈화 '깜찍한 볼하트'
  • 아이들 미연 '깜찍한 볼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