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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묘소 참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신임 대표가 9일 취임 후 첫 일정으로 서울국립현충원을 찾아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앞서 문 대표는 김대중·이승만 전 대통령 묘소도 참배했다. 야당 대표가 보수 진영의 두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정탁 기자 |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독일이 유대인 학살에 대해 사과했다고 유대인이 그 학살현장이나 히틀러 묘소에 가서 참배를 하거나,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했다고 해서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참배하고 천황 묘소에 가서 절할 수 있겠느냐”며 문 대표의 두 전직 대통령 묘역 참배를 성토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과) 전면전을 한다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다는 것이 뭔가 언밸런스하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문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참배 의사를 밝혔지만, 이 문제에 대해 최고위원들이나 당내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천정배 전 의원도 다른 라디오방송에서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인간의 존엄을 짓밟은 독재자들과의 화해는 잘못된 역사가 청산되고 바로 세워진다는 전제 위에서 있을 수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 대통령 치하에서 유신독재 망령이 되살아난 듯한 엄중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때에 야당이 할 일은 인권과 정의와 민주주의를 결연하게 옹호하는 것이지 화해 제스처를 앞세울 일은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는 2·8 전당대회에 대해서도 “철저한 성찰도 비전도 제시하지 못했고 오히려 계파 패거리 정치의 폐해가 아주 심각하게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문 대표는 전날 이·박 전 대통령 묘역 참배를 최고위원들에게 제안했지만 반대 의견이 나오자 최고위원들을 제외한 채 참배했다. 이 과정에서 강성 최고위원들은 “첫 행보로 부적절하다”고 반대했고, 온건 성향의 최고위원들은 “문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은 이번 논란이 최고위원 간 강온 갈등으로 비치는 것에 경계하는 분위기다. 전대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갈등을 치유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칫 소모적인 논쟁으로 확산할 경우 당 화합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문 대표 참배를 다시 거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 최고위원도 “이 문제에 대해 최고위원들이 개별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김달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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