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부귀 상징 석조조각의 백미

경복궁 아미산뿐만이 아니라 조선의 궁궐은 전통문양이 가장 돋보이는 곳이다. 당대 최고의 장인이 동원되고, 최대의 물량 지원으로 만들어져서다.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왕릉도 왕실의 권위와 힘을 바탕으로 조성되었다는 점에서 뛰어난 문양을 보여준다. 문양 중에서도 석조의 것은 재료의 특성상 원형이 잘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를 가진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최근 펴낸 ‘우리나라 전통무늬7:궁능석조물’은 궁궐과 왕릉을 가장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낸 다양한 석조 문양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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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아미산의 국화문양. 국립문화재연구소 제공 |
석조물의 측면에 부조로 새겨지고, 아미산의 수조처럼 석조물 전체가 하나의 연꽃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생김새가 크고 화려해 ‘꽃의 왕’으로 꼽혔던 모란의 문양도 많이 보인다. 사도세자가 묻힌 장릉의 병풍석(봉분을 두르고 있는 석조물)에는 정교하고 사실적인 모란문양이 장식돼 18세기 조선의 뛰어난 문화적 역량을 보여준다.
동물 문양은 식물 문양 다음으로 많이 표현되어 있다. 단연 돋보이는 것은 왕권을 상징한 용과 봉황. 가장 화려하고 정교한 용 문양은 덕수궁 중화전의 답도(踏道·계단) 판석에 새겨져 있다.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다투는 모습인데 뿔, 수염, 비늘, 발톱 등이 정확하게 묘사됐다.
다른 궁궐의 정전 답도에는 용이 아닌 봉황이 새겨져 있는 것과는 다른데 용이 황제를 상징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황제국을 표방한 대한제국 선포 이후 만들어진 덕수궁에서 용 문양을 사용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해석이 있다. 식물, 동물 문양 외에 자연산수문양, 기물문양, 문자문양, 기하문양, 인물문양 등이 보인다.
연구소는 “우리나라 석조물은 다른 돌보다 단단한 화강암으로 되어 있어 표현에 어려움이 더 크다”며 “궁궐, 왕릉의 석조물 문양이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은 삼국시대 이래 석탑, 불상 등을 제작한 전통이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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