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성 편견도 잘못된 분석에 기인 내가 아는 어느 분은 운전 중에 길이 막힐 때마다 이렇게 얘기한다. “이건 다 교통경찰 때문이야. 걔네들이 교통 신호를 엉망으로 주기 때문에 길이 막히는 거지.” 매번 그분의 예언처럼 한 블록도 지나지 않아 막힌 네거리에서 교통신호를 조정하는 경찰관을 보게 되곤 한다. 과연 길이 막히는 것이 교통경찰이 일을 엉망으로 하기 때문인가.
과학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통계 방법 중에 ‘상관관계’ 분석이라는 것이 있다.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수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는 방법이다. 예를 들어 키와 몸무게를 들자면 한쪽이 커지면 다른 쪽도 커지고, 작아지면 마찬가지로 작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럴 경우 ‘양’ (陽)의 상관관계라고 한다. 반대로 ‘음’(陰)의 상관관계인 경우도 있다. 담배 흡연량과 폐의 건강도의 관계의 경우에는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일수록 폐의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과학자들은 이 관계를 통해서 복잡한 문제의 인과관계를 알아보려고 한다. 한번은 우리나라 14개 시도의 경찰관 수와 연간 범죄 발생 수의 상관관계를 그래프로 나타내 보았다. 아주 선형적인 양의 관계, 즉 경찰관 수가 많을수록 범죄 발생 수가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나쁜 경찰관들이 범죄라도 저지르고 다니는 것일까.
이 두 변수의 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고 다른 요소가 엮여서 우연히 일어난 문제다. 위의 경찰관 수와 범죄 발생 수 사이에는 인구라는 다른 변수가 관여돼 있다. 인구가 많은 도시에는 경찰관 수도 많고 범죄 발생 수도 높은 것이다. 또 어떤 경우에는 서로 아무 관련도 없는 문제가 우연히 서로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기도 한다. 방글라데시의 버터 생산량과 뉴욕 증시의 주가 변동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런 주장은 그냥 웃어넘길 주제지만 어떨 때는 아주 중요한 문제에 직면할 때도 있다. 인간 산업활동으로 발생된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 기온이 올라간다는 기후변화의 문제, 담배를 많이 피우는 것이 폐암을 일으킬 것인가 하는 문제 등이 그러하다.
이산화탄소 농도 변화와 지구 기온 사이에는 뚜렷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고, 이 둘 사이에 그러한 관계가 생길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많이 있음에도 아직도 소수의 사람들은 이를 우연이라고 주장한다. 또 담배가 폐에 나쁘다는 것은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 수 있는 문제임에도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 된다는 법원의 판결은 수십년의 법정 다툼이 있은 후에야 조금씩 인정되고 있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다른 조건을 모두 동일하게 조절한 상태에서 실험을 해보는 것인데 지구나 사람을 가지고 실험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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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호정 연세대 교수·사회환경 시스템공학 |
사실 남성과 여성 사이에 이 손가락 사이의 비율이 다르다는 것은 이미 19세기에 관찰이 됐고, 1930년대에 이들 사이의 상관관계가 논문으로도 발표됐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와서야 손가락 길이 비율과 성격이 연관이 있다는 과학적 논문이 발표됐고, 최근 들어 이 비율이 태아 때 남성 호르몬에 노출되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는 정확한 기작이 밝혀졌다.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은 두 요소 즉, 두 손가락의 길이 비율과 남성성이 사실은 과학적으로 연관돼 있었던 것이다.
과학의 어려운 점은 이런 것에 있다. 아무 관련도 없을 것 같은 현상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인과관계를 밝혀야 하고, 동시에 다수가 그러려니 하는 상식이 오류일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 말이다. 특히 인종, 성별, 혹은 지역 출신에 대한 편견은 이렇게 잘못된 상관관계에 근거하고 강화된다. 교통경찰은 길이 막히니 해결하려고 나타난 사람이지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아니다.
강호정 연세대 교수·사회환경 시스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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