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학살 의도 입증 못해” 판결
진상규명 외면한 정치 타협 비판
유고전범재판 판결 영향 미칠 듯 유럽 현대사 최악의 ‘인종학살’로 꼽히는 유고 내전 전범자들이 국제사법재판소(ICJ)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세계 유일의 유엔 산하 형사재판소가 관련국 눈치를 보느라 정치적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페테르 톰카 ICJ 소장은 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서 열린 1990년대 옛 유고연방 내전 당시 ‘인종학살’ 맞제소 사건에 대해 상호 간 인종학살 혐의가 없다고 판결했다. 톰카 소장은 “세르비아는 유고 내전에서 전쟁 범죄를 저질렀지만 크로아티아는 세르비아군(민병대)이 크로아티아계 ‘전체 또는 일부’를 학살할 의도가 있었음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BBC는 이번 판결이 국제 전범 처벌 여부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 판결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2009년 출범한 ICTY는 그간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당시 세르비아 대통령 등 ‘인종학살’ 책임자 수명을 기소했으나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불과 20년 전 사건이지만 인종학살의 경우 형사처벌을 위한 법적 근거나 증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ICJ의 이날 판결은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거사 진상 규명이 발전적 미래 담보’라는 논리보다는 ‘과거를 털고 미래로 나아가자’라는 현실 논리가 더 먹혔다는 얘기다. BBC는 ICJ 판결이 나오기 직전 양국 외무·법무장관이 “어떠한 결론이 나더라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힌 점에 주목했다. 국제형사재판 판결이 나면 해당국은 항소 또는 재심을 요구할 수 없는 국제사법시스템의 한계를 양국이 이용했다는 것이다.
유고 내전은 20세기 최악의 유혈충돌로 꼽힌다. 요시프 브로즈 티토라는 불세출의 지도자 리더십에 힘입어 1945년 건국 이후 46년간 옛소련에 맞먹는 강국으로 군림했던 유고연방은 티토 사망(1980년)을 계기로 분열 양상을 보이다가 옛소련 붕괴 즈음인 1991년 해체 수순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 종교·인종·지역 간 유혈충돌이 빚어져 2만∼10만명가량이 숨졌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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