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건 폐기만 5년 이상 걸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지도공문을 모든 금융회사에 내려보냈다. 금융위가 발송한 공문에는 본인 확인 등을 위해 신분증 사본을 저장하는 과정에서 지문정보를 수집하지 말 것과 보관 중인 고객 지문정보를 업권별 계획에 따라 2019년까지 폐기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주민등록증 뒷면을 복사하거나 스캔을 할 때 지문정보를 가리라는 것이다. 보관 중인 서류나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은 파기하고, 파기가 어려운 경우 지문정보 부분에 구멍을 뚫거나 스티커를 붙이는 등 지문정보를 삭제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신용정보법 위반 등으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금융위와 행정자치부 등에 금융기관이나 이동통신사가 서비스 이용자들의 주민등록증 뒷면 지문정보를 수집하는 관행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판단해 이를 파기토록 권고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그동안 은행 등 금융권에서는 통장 개설, 대출서류 작성 시 본인 확인과 주소지 확인 차원에서 고객 주민등록증의 앞뒷면을 복사하고 보관해 왔다. 이렇게 쌓인 정보만 각사마다 수천만∼수억건에 이른다.
금융사들은 “직원들이 지문서류를 찾아 없애는 데만 5년 이상이 걸린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현실적인 부분은 고려치 않고 수년간 쌓인 수억건의 정보를 ‘없애라’는 말 한마디로 금융사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반발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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