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됐지만 소비심리나 경기 회복 등 ‘드라마틱한’ 경제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대내외적인 다양한 요인과 변수 속에서 오히려 경제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언뜻 보면 달콤해 보이는 정부의 2015년 경제전망과 소비자들의 체감경기에는 상당한 괴리감도 존재한다. 소비자들은 어떻게 올해 소비생활을 전망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23일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소비생활 전망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해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는 더욱 나빠졌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과 비교해 2014년에 자신의 경제적 어려움이 증가했다는 것에 동의하는 소비자가 절반을 넘는 것으로, 이는 비동의 의견보다 훨씬 우세한 결과다. 특히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경제적 어려움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많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소득 불평등문제가 그만큼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중될수록 부의 축적도 더욱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2013년에 비해 지난해 동안 저축을 하는 것이 힘들었다는 소비자가 전체 67.2%에 달한 것. 특히 부양가족이 많고, 자녀교육비나 주거비 등 지출처가 다양해지는 중·장년층일수록 저축의 어려움을 많이 호소했다. 미혼자 보다는 기혼자, 그 중에서도 유자녀 기혼자가 무자녀 기혼자 보다 저축이 여의치 않았던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 "10명 중 6명, 올해 돈 모으기 어려울 것 같다"
저축과 자산 증대는 올해에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자 10명 중 4명만이 올 한해 동안 돈을 모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으며, 이는 비동의 의견과 비슷한 수준이다. 상대적으로 지출할 곳이 아직 많지 않은 젊은 층과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고소득층이 자산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그나마 큰 편이었다.
소비자 2명 중 1명은 올 한해 소득수준이 작년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연령이 올라갈수록 올해 벌어들일 소득이 지난해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예상을 많이 했다. 다만 소득수준이 지난해보다는 향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 줄어들지 모른다는 예상보다 많다는 점에서, 급여 인상 및 소득 증대에 대한 기대심리가 어느 정도는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에 비해 올해 소비 수준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줄어들 것 같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소비감소를 예상하는 목소리는 여성보다 남성이 많은 편이었다. 반면 작년보다 소비가 늘어날 것 같다는 의견은 소비수준 유지 및 감소를 예상하는 목소리에 미치지 못했다. 이는 장기 경기침체 속에서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소비심리 기조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케 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재테크 전략? '현상유지'가 목표
올해 소비자들의 재테크 전략도 ‘현상유지’가 목표였다. 10명 중 4명이 기존 자산을 유지하거나 아끼는 것을 목표로 가지고 있었으며, 특히 남성보다 여성, 그리고 젊은 층이 기존 자산 유지를 최대 당면과제로 인식하는 태도가 강했다. 또한 ‘빚 줄이기’를 재테크 목표로 삼고 있는 소비자도 상당히 많아, 올 한해 소비자들은 자산을 모으거나 불리기보다는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부채를 상환하는데 훨씬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재테크 전략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이 올 한해 가장 많은 지출을 예상하는 항목은 경조사비용인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이 높을수록 경조사비용의 지출이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두드러졌다. 그 다음으로는 ▲공과금(29.2%) ▲자녀교육비(28.8%) ▲주식비(28.7%) ▲차량유지비(28.4%) ▲외식비(27.9%) ▲통신비(26.8%) ▲대출이자(26.8%) ▲의류(25.4%)에 대한 지출 예상이 많았다.
◆ 소모성 경비인 '외식비'부터 줄이겠다
반면 올해 가장 많이 줄일 것으로 예상하는 지출항목은 외식비였다. ▲통신비(26.6%) ▲의류(25.7%) ▲공과금(24.8%) ▲차량유지비(21.8%) ▲주식비(20.1%) ▲패션잡화(17.6%) 관련 소비지출이 줄어들 것 같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지만, 외식비용의 지출을 줄일 것이라는 계획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소비자들이 반드시 지출할 필요가 없는 소모성경비인 ‘외식비’부터 줄이려고 노력할 공산이 큰 것으로, 특히 30대가 외식비용 절감을 가장 많이 계획하고 있었다.
한편,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소식에는 전체의 절반이 나와는 별 상관 없는 뉴스처럼 들린다는데 동의하였다. 특히 20·30대와 월 200만원 미만 소득자들이 가장 공감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회복이 자신과 관련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정부 부동산 정책이 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주거안정 보다는 주택매매 및 건설경기 활성화에만 치중되다 보니 부동산 경기 회복을 남의 일처럼 느끼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고 분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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