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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본질이 바뀐다⑥] '크로스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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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銀, 인터넷뱅킹과 정말 다를 게 없나
인터넷銀과 혼동으로 정책혼선…혼란스런 소비자

사진=하나금융경영연구소
‘크로스오버’

여러 장르가 교차한다는 의미로 특히 재즈와 록, 팝 등 다양한 스타일을 혼합한 음악 연주 형식을 말한다. 크로스오버의 시작은 1969년 재즈 음악가인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가 재즈와 록을 결합해 시도한 ‘재즈록’ 혹은 ‘록재즈’라고 일컬어지는 퓨전재즈다.

이른바 ‘점포 없는 은행’으로 알려진 인터넷전문은행도 마찬가지다. 언뜻 생각하면 영업점 없이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채널만으로 은행영업을 한다면 인터넷은행, 즉 인터넷뱅킹과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은행과 개념 자체가 다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인터넷의 편리성이란 비대면 채널 장점과 은행의 맞춤형 고객 상담을 통한 자산관리(WM)라는 대면채널 장점만을 각각 따서 이를 섞어 영업하는 새로운 업태를 뜻한다.

21일 해외 투자은행(IB)에 따르면 호주 ‘CBA’(Commonwealth Bank)의 디지털과 대면채널을 융합한 혁신이 조명되고 있다.

네덜란드 ‘SNS’(네덜란드 상호저축은행)는 개별 채널의 특성에 맞게 디지털 및 대면채널의 경쟁력을 균형 있게 강화하고, 채널 간 ‘끊어짐 없는’(seamless) 연결을 구현하는 디지털과 대면채널 융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 디지털-대면채널 융합…‘Digical’ 트렌드

미국의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가 최근 발표한 ‘20대 산업의 채널 변화에 대한 연구’를 보면, 디지털과 대면채널의 융합은 속도의 차이만 있을 뿐 전(全) 산업에서 보편적으로 관찰된다. 특히 은행·보험 등 금융산업에 큰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예측된다.

디지털 채널과 대면 채널의 불균형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과 대면채널 간의 융합을 이르는, 디지털(Digital)과 육체적(Physical)의 합성어인 ‘Digical’ 트렌드가 가속화하는 추세다.

호주 CBA는 지난 1993년 1756개에 달하는 지점 수를 2005년 1006개까지 줄이는 등 비용절감에 주력하다 고객 만족도 급감 및 대부업체 등 신규 경쟁자의 진입을 허용했다.

이에 2005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된 랄프 노리스(Ralph Norris)는 고객 만족도를 핵심성과지표(KPI)로 설정하는 한편, 대면채널의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인터넷·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출시하고 온·오프라인 연계를 위한 정보기술(IT) 투자를 실행했다.

이로 인해 CBA는 디지털과 대면채널의 균형적인 발전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

네델란드 SNS은행은 고객 스스로 자유롭게 금융 거래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인터넷뱅킹 채널을 차별화하고, 지점은 소형 및 다점포화 전략을 통해 고객 접점을 확대해 경쟁력을 확보했다.

온라인에서는 대출 등 은행의 모든 금융상품의 구입부터 사후관리까지 가능하다. 고객 정보에 근거한 맞춤상품 추천, 필수 거래의 ‘자동 알림’ 서비스 등 개별 고객에게 특화된 정보도 제공된다.

지점을 통한 대면채널의 경우 지점 내 전(全) 거래를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직접 이행하도록 유도하고 지점을 세련된 디자인의 소형·다점포화해 지점 인력은 상품 판매에 집중하게 했다. 인터넷 채널을 통한 금융 거래에 서툰 고객들을 위해 지점 인력이 지원된다.

고객이 거래 중에 전문적인 상담을 원하면 화상 채팅 등 전문가와의 연결을 지원(온라인)하거나, 전문가의 방문 약속(지점)을 잡아준다. 전문 상담조직은 별도의 장소에서 함께 일하며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고객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전문가가 직접 방문해 상담을 진행한다.

각 채널 간 연결성을 극대화해 고객의 니즈에 맞게 원하는 채널을 활용할 수 있도록 채널 간 유기적인 이동(Channel Surfing)도 지원된다. 동일한 사용자 경험(UX·user experience)을 구축해 은행이 제공하는 모든 채널에서 고객이 똑같은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인터넷전문은행 ‘ING Direct’, 인터넷 증권사 ‘E*Trade’ 등은 주요 거점지역에 대면채널을 설치·운영함으로써 고객의 방문 및 상담을 유인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특정 산업에 관계없이 고객들은 접근 가능한 다수 채널을 동시에 넘나들며(multichannel hopper) 최적의 솔루션을 찾는 스마트 컨슈머로 진화하고 있다”며 “고객들은 이미 금융상품 인지에서 사후관리까지 단계별로 자신이 선호하는 다양한 채널을 적극적으로 이동하며 금융 거래를 수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진=하나금융경영연구소
◆ 온라인 자산관리까지 도입하는 英·美 선진금융시장

영국의 대형 은행들은 올해 안에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존의 고비용 대면채널과 저비용 온라인채널을 병행하려는 움직임이다.

소위 ‘Robo-adviser’로 불리는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는 대면접촉 없이 개인의 투자성향을 측정,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

영국의 산탄데르(Santander)는 올해 중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 플랫폼을 내놓는다. 바클레이스(Barclays)도 올 하반기 내 종전의 온라인 트레이딩 플랫폼에 고객의 위험회피 성향을 고려한 맞춤형 투자일임 자산관리 기능을 포함시킬 방침이다.

이는 영국의 금융감독청인 FCA가 RDR(Retail Distribution Review) 제도 시행 이후 대면 자문서비스에서 이탈한 중산층 이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덕분이다.

FCA는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고자 금융자문업자의 투자자 대상 자문비용 청구를 의무화한 RDR을 지난 2012년 말부터 시행하고 있다.

RDR제도 도입 뒤 은행은 자문보수체계를 재정비하고 자문보수 수수료를 지불할 여력이 되는 고액자산가 및 대·중부유층을 상대로 자문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Santander와 HSBC는 5만 파운드 이상 투자 고객, Lloyds는 연소득 10만 파운드 또는 금융자산 25만 파운드 이상 고객에 한해 자문서비스를 각각 제공하며,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자문서비스에서 소외된 소비자군이 발생함에 따라 FCA는 온라인 자산관리시장에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FCA는 지난해 7월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에 대해 호의적인 자문 보고서를 발표한 데 이어 올 초 관련 규제사항을 확정해 공표한다.

특히 Nutmeg와 같은 온라인 자산운용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이들의 플랫폼을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Nutmeg는 1000파운드 이상의 소액투자자를 대상으로 개인별 투자목적 및 위험성향 등을 감안해 일임형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자산운용사이다.

미국은 아예 온라인 자산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온라인 자산관리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10%로, 대면채널의 성장세(9%)를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자산관리시장은 급성장 중에 있다.

Booz&Co는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 제공시 금융회사가 고려해야 할 5가지 과제로 ▲고객에 대한 입체적인 파악 ▲항상 접근이 가능(always-on)한 서비스 ▲빅데이터 활용을 통한 개인화된 정보 ▲자동화를 통한 소요시간 최소화 ▲소셜미디어를 통한 감성교류 등을 제시했다.

KB경영연구소는 “정교하게 설계된 온라인 자산관리 플랫폼은 교차판매 등을 통한 수익성 제고뿐 아니라 고객관계 강화에 효과적이며,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개념도 못 잡고 있는 당국…금융권도 헤매기는 마찬가지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과 관련해 오는 4월까지 태스크포스(TF)팀을 운영하고, 공청회를 열어 현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검토·수용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 설치의 허용자격에 관해 ▲기존 은행 ▲금산분리 완화를 통한 IT기업 등 여타 산업에게까지 확장 ▲금융과 비금융의 협업을 통한 융합 등 세 가지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검토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방향성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데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조차 기본적인 개념도 못 잡고 인터넷전문은행이 인터넷뱅킹과 차이가 없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을 하면서 소비자에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문이라고 하면 발전된 서비스를 의미해 일반 금융소비자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이란 용어를 들었을 때 획기적인 인터넷은행이 생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정부가 추진 중인 인터넷전문은행은 점포 없는 인터넷은행으로 상용화된 인터넷뱅킹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맥킨지(McKinsey)가 실시한 국내은행 고객 조사에 의하면 금융상품 가입 단계에서 은행 지점 채널을 선호하는 비율은 75%로, 온라인 채널 선호율 18%를 크게 상회했다. 시중은행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이 인터넷뱅킹과 사실상 다를 게 무엇이냐며 소극적인 이유다.

한 금융전문가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업에 허가가 한정된다면 통장 개설을 인터넷 상에서 할 수 있다는 것 외에 인터넷뱅킹과 크게 달라지는 게 없다”며 “제대로 된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우려면 비대면 이외에 다른 특징과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훈 KB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제대로 된 인터넷전문은행이 되려면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서비스와 인터넷뱅킹이 하고 있는 것보다 진일보한 서비스가 중요하다”면서 “이는 첨단기술의 진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인터넷전문은행의 도입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선진국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패 사례를 통해 향후 금산분리를 완화·폐지할 경우의 부작용 등을 확인해야 한다”며 “미국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세운 기업 가운데 절반가량이 해당사업을 접었다”고 꼬집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박종진 기자 truth@segye.com

<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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