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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일련번호 폐지 추진 |
문화재청이 국보에 붙은 기존의 일련번호를 전면 해제하는 것을 전제로 국보의 번호 체계를 재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국보의 일련번호 체계가 80여년 만에 폐지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일제는 1933년 우리나라 국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는 명목으로 국보에 일련번호를 매겨왔다. 이러한 체계는 1955년 북한 소재 문화재를 제외하는 등 목록이 한 차례 정비되고, 1962년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숫자가 추가되는 가운데도 일제강점기의 기본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국보 번호를 둘러싼 논란은 ‘국보 1호’ 숭례문의 국보 1호 적격성 논란에서 비롯했다. 조선총독부가 국보 번호를 매길 당시 경성 남대문을 첫 번째 목록에 올리자 임진왜란 때 일본군이 숭례문을 통해 한양에 입성한 것을 기념하려는 속셈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1996년 이후 역사바로세우기 차원에서 국보 1호 교체가 추진됐지만 문화재위원회에 반대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숭례문 화재 사건에 이어 부실 복구 시비까지 일면서 숭례문이 국보 1호로서의 대표성을 상실했다며 국보 1호 해제 서명운동까지 진행하고 있다.
국보의 일련번호는 국보의 가치와 무관하지만,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국보 번호가 빠를수록 더 소중하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 문화재청이 국보의 번호 자체를 폐지를 추진하는 이유이다.
세계적으로도 한국처럼 국가 지정 문화재에 번호를 매기고 있는 나라는 찾아볼 수 없다. 중국은 ‘진귀문물’과 ‘일반문물’로만 구분하고 있고, 일본도 행정상의 분류번호만 사용할 뿐 공식적으로는 번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문화재청은 “국보 지정은 법 개정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국보 숭례문’ ‘국보 훈민정음 해례본’ 등으로 전체 목록을 나열해 고시하면 효력이 발생해 절차가 간단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보는 숭례문에서 태조 어진까지 317개, 보물은 흥인지문에서 대구 파계사 원통전까지 1850개가 목록에 올라 있으며, 사적은 529곳, 명승은 111곳, 천연기념물은 548종, 중요민속문화재는 283개가 지정돼 있다.
인터넷팀 이소은 기자 ls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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