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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억 매출 보험왕… 월급 100만원 설계사

입력 : 2015-01-12 20:31:47 수정 : 2015-01-12 20: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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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설계사들 수입 ‘부익부 빈익빈’
‘XYZ의 규칙’ 보험설계사들의 고객 구성은 보통 연고(X) 50%, 소개(Y) 30%, 개척(Z) 20%로 이뤄진다. 설계사 초보 시절 처음 본 사람을 보험에 가입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상대방을 설득시킬 만한 보험에 대한 지식도 많지 않고, 자신감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초보설계사는 가족, 친구 등 지인을 대상으로 보험 영업을 시작해, 이들로부터 누군가를 소개받아 영업의 폭을 넓힌다. 이러다 보험에 대한 지식이 쌓여 자신감이 생기면 일면 부지의 사람까지 영업대상을 확대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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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에서 잘나가는 설계사들은 고객 구성이 다르다. 대형 보험사의 A씨. 10년 넘게 보험설계사를 하고 있는 A씨의 2013년 한 해 매출(수입보험료)만 100억원을 넘었다. 중소기업 한 해 매출이 평균 10억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A씨를 ‘걸어다니는 중소기업’이라 불러도 무색하지 않다. 그와 계약을 체결한 고객만 수백명이고 관리하는 고객은 수천명에 이른다. 1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그는 계약서류 및 보험금 청구 관리, 고객 경조사 관리 등을 담당하는 비서 3∼4명을 두고 영업한다. A씨 역시 설계사를 처음 시작할 땐 주변 지인부터 공략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개척이 고객 구성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 단체의 전화번호부를 이용해 모르는 사람과 통화 후 약속을 잡아 영업을 하는 ‘콜드 콜’ 마케팅 등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고 있다.

A씨처럼 연봉 10억원이나 되는 잘나가는 설계사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연봉 1억원 이상인 설계사조차 많지 않다. 이들은 그들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수입을 늘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설계사는 시장 개척을 못 해 적은 연봉으로 근근이 버티는 경우가 많다. 갈수록 보험설계사들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이 적은 설계사들의 경우 일을 그만두거나 다른 보험사로 이직해 ‘불완전 판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이는 보험 가입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12일 국세청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국세청에 수입을 신고한 보험설계사들의 2013년 기준 연평균 수입은 1954만원으로 4년 전인 2009년 1824만원에 비해 7.1% 늘었다.

이 중 직전연도 수입이 7500만원이 넘는 설계사들은 사업소득 원천징수 대상자들이 되는데, 2013년엔 8만1821명이 여기에 속했고, 이들은 2013년에 1인당 5015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2009년 사업소득 원천징수 대상자 1인당 수입 3881만원과 비교하면 29.2%나 증가했다. 보험왕 등 억대연봉자들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전년도 수입이 7500만원 이하인 설계사들은 연말정산을 하게 되는데 2013년엔 56만563명이 대상이었고, 1인당 평균 수입은 1507만원에 그쳤다. 2009년 1533만원에 비해 오히려 1.7% 수입이 감소한 것이다.

전체 설계사의 87.3%를 차지하는 연말정산 대상자 중 소득이 낮은 설계사들은 적극적인 보험영업 등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설계사 10명 중 6명이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두는 실정이다. 2011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40.0%였던 설계사 정착률은 2012년과 2013년 39.1%, 38.7%로 낮아졌다.

설계사 초기엔 지인과 주변인들을 설득해 높은 급여를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후에는 극명하게 갈린다. 일부는 월 수익 3000만원이 넘는 ‘고수익자’가 되지만 대부분 100만∼200만원을 받다가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실적 압박이 들어오면 한두 달 버틸 생각으로 가족 등의 이름으로 보험료를 대신 납부해주는 ‘가라(가짜) 계약’을 만들기도 한다. 국내 한 대형 보험사에 다니던 B(32·여)씨의 예가 대표적이다. 2013년 설계사 영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의욕이 넘쳤지만 그는 갈수록 줄어드는 월급에 다른 일을 찾기로 최근 마음먹었다. 설계사 초기엔 지인들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렸다. 입사 후 두석 달 동안 400만∼500만원이 통장에 들어왔다. 그러나 3개월 후부터는 실적이 뚝 떨어졌다. B씨의 월급은 회사 지원금까지 합쳐 130만∼14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실적 압박에 가족들 명의로 ‘가짜 계약’을 만들고, 거기에 자신의 돈을 쏟아부으면서 실제 남는 돈은 100만원도 채 안 됐다. B씨는 결국 회사에 출퇴근을 하지 않으면서 전화도 받지 않고, 이름만 회사에 남아있는 설계사일 뿐 사실상 백수가 됐다.

이직 시 채용비용을 노리고 회사를 자주 옮기는 ‘먹튀형’ 설계사도 있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보험 계약 초기에 많은 액수가 지급된다. 결국 신규 계약이 적은 상태로 근로기간이 길어지면 수수료가 적어지는데, 다른 회사로 옮기면 다양한 명목의 채용 비용을 지원해준다. 이를 노리고 회사를 자주 옮길 경우 기존 고객들은 보험금 청구 시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회사도 계약수당을 초반에 다 밀어주기보다는 나눠서 지급해야 설계사들이 안정적인 수입을 거두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귀전·정진수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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