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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택시기사 양산하는 '베스트 드라이버' 마크

입력 : 2015-01-04 19:14:52 수정 : 2015-01-05 10: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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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운전자 자격 부실검증 논란
홍보·사기진작 일환으로 지난해 8월 수십명에 발급
기사 모자·운전석에 부착… '경찰인증' 후광효과 노려
신호위반·난폭운전 일삼아… 승객 "속은 기분 들어 불쾌"
“오랫동안 운전을 했으니 뭔가 자랑하고 싶어서 달았어요.”

4일 서울 명동에서 택시를 탄 정모(31)씨는 택시기사의 엉뚱한 자랑에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택시 기사의 모자와 운전석에는 ‘베스트 드라이버’라는 표장이 붙어 있었다. 표장 아래에는 ‘서울지방경찰청’이라는 마크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경찰이 인증한 뛰어난 운전자’라는 기대와 달리 운전이 시원치가 않았다. 지리를 잘 몰라 헤매는 데다 차선을 바꿀 때도 혼란스러워하고, 신호 위반을 하기가 일쑤였다. 이 기사는 “수년간 버스기사로 일했는데 매번 가는 길만 가서 새로운 길에는 영 까막눈”이라며 머쓱하게 웃었다. 정씨는 “경찰에서 발급한 ‘베스트 드라이버’ 마크를 보고 신뢰했는데, 속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8월 홍보의 일환으로 ‘베스트 드라이버’ 표장을 서울시내 모범운전자 7000여명에게 발급했다. 경찰 관계자는 발급 이유를 ‘홍보 및 사기 진작의 일환’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이들의 운전이 모범적인지에 대해서는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승객들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도로교통법에 의거해 ‘모범운전자’ 자격을 발급하고 있다. 전국 모범운전자연합회에 따르면 모범운전자는 도로교통법시행령 제70조 규정에 의거해 10년 이상 무사고 운전, 또는 유공자 운전자의 표시장을 받은 사람으로 한정된다. 모범운전자로 선정되면 출퇴근 시간에 교통보조근무를 하거나, 거리질서 홍보활동, 교통안전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봉사활동에 힘써야 한다. 서울청은 ‘베스트 드라이버’나 ‘서울지방경찰청’ 등이 새겨진 마크를 지난 8월 서울에서 활동하는 모범운전자를 대상으로 발급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베스트 드라이버 마크를 발급한 것에 대해 “운전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발급한 것”이라며 “마크를 받은 사람들이 운전경력이 오래된 사람들이라 크게 문제될 것이 없을 것으로 여겼다”고 털어놨다. 운전기사 스스로 택시 안에서 홍보하는 것이라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모범운전자 협회 소속의 기사는 “모범운전자들이 자긍심을 갖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만, 이 마크를 타인에게 양도해도 막을 방도가 없다”며 “심지어 난폭운전을 해도 사고를 내거나 규정에 걸리지 않았다면 모범운전자 등록기준에 문제가 되지 않아 관리를 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경찰 인증 운전자’라는 후광효과를 노리고 불법을 일삼는 엉터리 운전기사를 양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0월 정씨와 마찬가지로 택시에서 ‘베스트 드라이버’ 표장을 운전석에 붙인 기사를 만난 이모(25·여)씨는 “승객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사가 ‘베스트 드라이버’ 마크를 부착하고 있었지만 난폭운전을 해서 황당했다”며 “정부 기관에서 무슨 기준으로 표장을 발급하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택시를 관리하는 각 지자체에서 기사들을 교육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모범운전자협회 관계자는 “금전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난폭운전자가 베스트드라이버 마크를 부착해 승객을 속이는 행위는 장기적으로 모범운전자 이미지에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며 “차제에 경찰은 현재 발급하는 모범운전자 기준을 다시 한번 점검해 진짜 모범운전자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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